한도 높이고 보증요율 낮추고…세입자 '안전' 강화"의무화·부분보험 확대 등 가입자 확대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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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다음달부터 수도권에서 전세보증금이 5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전세금을 떼일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요금도 내린다. 전세금이 3억원인 경우 보증료가 연 45만원에서 38만4000원으로 떨어진다.
다만 가입자 수가 여전히 전체 전세가구 수의 5% 안팎에 불과해 의무화하는 방안이나 부분보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금 보증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 제도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현재 HUG와 SGI서울보증 두 곳이 운영하고 있다.
HUG 상품의 경우 현재 가입대상이 '전세금 4억원 이하 주택'에 한정되고 보증한도도 주택가격의 90%로 제한돼 있다. 또 서울보증 상품은 보험금이 비싸고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두 상품의 약점을 보완, 세입자 '안전'을 강화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아파트가격이 떨어지고 '깡통전세(매매가가 전셋값보다 싼 집)'가 발생하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HUG는 다음달 1일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한도를 주택가격의 90%에서 100%로 높이기로 했다. 집값보다 낮은 전세금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금 한도도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에서 각각 5억원과 4억원으로 1억원씩 높였다.
보증요율도 내린다. 아파트 경우 개인 세입자에게 적용되는 보증요율이 전세금의 연 0.150%에서 0.128%로 낮아진다. 전세보증금 3억원을 보증받기 위해 내야하는 보증료가 연 45만원에서 38만4000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법인 세입자 보증요율도 연 0.227%에서 0.205%로 내린다. HUG는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료를 인하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또 집주인의 개인정보활용 동의 없이도 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상반기 중 개정하기로 했다. 보증요율은 전세금의 0.192%에서 0.153%로 인하한다.
다만 여전히 가입자 수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전체 전세가구 수(296만가구) 가운데 최근 2년간 5만가구 정도만 보증금반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굳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은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등을 통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으며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법적 대응보다는 쌍방합의로 해결해 온 사회통념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셋값마저 떼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의 75%에 달할 만큼 많이 뛴 상황"이라며 "깡통전세와 역전세난 현실화로 전셋값 거품이 썰물 빠지듯 일시에 빠질 경우 임대인은 물론, 세입자까지 충격을 받아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가계 소비심리도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세보험을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책임보험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집 계약과 동시에 전세보험에 가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액의 부담을 줄여야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부분보험' 확대 역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보증금 부담을 낮추더라도 보험금을 내는 게 대출이자나 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일반 가정으로서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전액이 아니라 각자 형편에 맞게 비율을 선택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부분보험이 확대되면 서민들의 접근이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보증의 경우 현재 부분보험이 아예 없고, HUG는 부분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입비율이 14%에 불과한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분보험을 도입해 세입자의 금액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보증요율을 높게 책정해 HUG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관리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