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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역설 현상이 자동차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경기가 나쁠수록 비싼 제품이 잘 팔린다'는 속설처럼 고급차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고급차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후에도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증가율은 연평균 8.7%로 일반차보다 5.7%포인트나 높다.
지난해도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 고급차 브랜드들은 사상 최대 판매를 경신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국내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산 준대형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3.86% 증가한 26만9502대를 기록했다. 대형 승용차는 59.88%나 늘어난 9만567대가 팔렸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경우 판매 부진 속에서도 고급차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 부진 속에서도 제네시스 G80, G80 스포츠 등을 선보인 결과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를 전년 대비 623.6% 성장시켰다.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 것이 성과를 낸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가 지난해 막바지 선보인 그랜저IG는 1만3833대나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월에도 1만586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 G70을 출시해 고급차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고급 사양을 적용한 첫 소형 SUV(프로젝트명 OS)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의 경우 올 뉴 K7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K7은 전년 대비 169.5% 급증한 5만6060대 판매됐다. 여기에 대형 SUV 모하비 역시 1만5059대 팔리며 호조세를 보였다. 기아차는 올해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출시, 고급차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는 기함이라 할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 판매는 부진했지만, 주력 판매 모델에 고급 옵션을 적용해 판매를 견인했다. 특히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는 준대형 차급 수준의 차체 크기와 안전·편의 사양으로 중형차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이들 3사는 올해 역시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크기와 사양 등을 갖춘 올 뉴 크루즈를 이달 하순부터 판매한다. 르노삼성은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수입 판매 모델인 만큼 고급화 전략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대형 SUV Y400(프로젝트명)을 출시,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고가 브랜드인 벤츠, BMW, 렉서스, 인피니티, 재규어, 랜드로버, 람보르기니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해 5만6343대 판매된 벤츠는 시장 점유율 25.01%로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BMW는 4만8459대로 2위(21.5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도 2만384대나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는 마진율이 높아 전체 수익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경기 침체에도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만큼 올해도 자동차 업계의 고급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