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판매 전년비 소폭 증가, 완성차 중 현대차만 '역주행'수입차, 아우디·폭스바겐 '울고' 벤츠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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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연합뉴스

     

    2016년 자동차 시장은 정부 정책에 울고 웃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여부로 판매량이 좌우됐고, 미세먼지 대책이 급부상하면서 디젤차가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노후 경유차 교체 지원 대책 시행도 늦어지면서 대기 수요가 움츠러드는 악재도 있었다.


    시장 규모면에서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국내 완성차의 판매성적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4개사 모두 '호조세'를 기록했다. 수입차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서류 조작 사태가 시장을 짓눌렀다. 반면 벤츠·토요타 등 일부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19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투자,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180만대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로는 1.8~2.0% 하락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개별소비세(개소세) 혜택이 시행되면서 대기 수요가 소진된 탓이다. 실제로 2015년 연말 개소세 종료를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해 연간 184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2%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1월 개소세 인하 종료 여파로 판매절벽이 나타났다가 2월부터 6월까지 일시적으로 부활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여기에 경쟁력을 갖춘 신차도 상반기 연이어 출시되면서 '신차 효과'를 냈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7월부터 판매량은 다시 급감했다. 여기에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꺾였다.


    연초부터 판매가 저조했던 현대차는 부진에 빠졌고, 상반기 호조세를 보인 기아차도 판매량이 줄었다. 한국지엠 역시 주력인 말리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나마 파업 없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한 르노삼성과 쌍용차만 선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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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간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월 10.25% 감소한 데 이어 8월 10.33%, 9월 13.22%, 10월 13.34%로 4개월 연속 판매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개소세 인하가 시행됐다가 올 7월 종료되면서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전년 대비 하반기 판매 감소가 큰 것 역시 지난해 개소세 인하 시행에 따른 기저효과와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산차질이 빚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반기 호조세와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의 선전으로 올해 국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 11월까지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142만3720대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를 제외한 4개사 모두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58만6481대로 7.2% 감소했지만, 기아차 48만5400대(2.4%), 한국지엠 16만1962대(15.6%), 르노삼성차 9만7023대(39.0%), 쌍용차 9만2854대(5.1%)로 호조세를 보였다.


    최근 고속 성장을 이어온 수입차는 디젤 차량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20만51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당초 올해 전망치인 25만5000대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악화된 이미지에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를 꼽은 탓이다. 그 결과 지난해 68.9%를 차지했던 디젤차 비중이 올해 59.5%로 급감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6.9%로 증가했고 가솔린도 33.5%로 판매 비중이 늘었다.


    디젤차 급감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푸조다. 디젤만으로 라인업이 구성돼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3408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대규모 자동차 인증 서류 조작 사태가 발생하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의 판매정지가 이뤄졌다. 시장을 주도하던 두 브랜드의 판매정지로 수입차 시장은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국내에 판매된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 32종(80개 모델)에 대해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약 8만3000대 규모다.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12만6000대를 더하면 20만9000대의 인증이 취소돼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조치가 취해졌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지난 11월까지 1만317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2% 감소한 수치다. 아우디도 44.4% 줄어든 1만6482대를 판매에 그쳤다.


    반면 벤츠코리아는 지난달까지 5만718대를 판매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올해 출시한 신형 E클래스가 인기를 누렸고 SUV 모델도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그 결과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는 벤츠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BMW는 지난 11월까지 4만2625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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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 역풍과 아우디·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노린 일본차의 역습도 이목을 끌었다. 토요타와 렉서스, 닛산과 인피니티, 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는 일제히 판매량이 증가했다.


    각 사의 판매량은 지난 11월까지 토요타 8294대(19.9%), 렉서스 9170대(34.9%), 닛산 5206대(1.7%), 인피니티 3043대(20.5%), 혼다 6154대(46.0%)다.


    수입차 업계는 최종적으로 올해 판매량이 22만8000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내년 자동차 시장 전망은 올해보다 부정적이다. 업계는 올해보다 2% 정도 감소한 177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에 따른 부정적 기저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상승과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