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 요구에 핵심 수뇌부 '청문회 증인' 채택까지잇따른 삼성 흔들기 도 넘었다…"기업, 일할 맛 안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이 근거 없는 루머와 정치권의 횡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검이 그룹 수뇌부인 최지성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예고한 상황에서 삼성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NS를 중심으로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과 특검 해체를 위한 조직적인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포스팅으로 시작된 루머는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재생산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삼성은 "그런 투표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삼성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루머가 해프닝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꾸준히 반복·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심사가 기각된 지난달 20일 영장전담판사의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루머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삼성과 서울중앙지법은 '조의연 부장판사가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거나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등의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일부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주를 받은 배후세력이 김정남 암살을 저질렀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든 과거 문제들까지 끄집어내 이슈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등에 대한 청문회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여당 의원들이 반대에도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통과시킨 것이다. 

    환노위는 직업병 발병 원인을 확인하겠다며 ▲주요 공정도 ▲사업장별 공정도 ▲공정별 화학물질 목록 및 사용량 ▲삼성이 자체 개발한 화학물질 ▲1~4차 협력사 목록 등 100여 건에 달하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최근 10년간 주고받은 공문 일체도 포함돼 자료에 대한 공정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요구한 자료 중 상당수가 영업비밀에 해당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환노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료 요청을 거부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해당 자료들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9월 삼성이 백혈병 등 반도체 산재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요구한 자료 가운데 83%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삼성전자는 요구받은 자료의 70%를 제출했으며, 제출하지 못한 자료 대부분은 법정 보존기한이 경과해 폐기됐거나(10건), 소송과 무관하거나(13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5건) 뿐이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국감이 끝난 후에도 일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이후에도 국회의 자료 요구에 성실히 임해왔으며 영업비밀과 관련된 논란은 옴부즈만위원회를 통해 풀기로 해법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국정조사가 끝난지 얼마 지나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청문회가 예정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특검 수사와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진행하는건 경영 공백을 심화시키는 행위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진두지휘할 핵심 수뇌부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현재 환노위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의혹제기는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라며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토로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만큼, 정치권이 앞장서 기업이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