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임 성공'으로 최연소+최장수 대기록…'원맨'체제 공고히"향후 10년도 보이기 시작"…장기집권 따른 부작용 해소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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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금융권 최장수 CEO 타이틀을 따냈다.

    유 사장은 이미 회사는 물론 증권업계 내에서 CEO가 아닌 사실상 '오너'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앞으로도 회사의 전권을 갖고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원맨'체제가 10년 넘게 지속됨에 따른 조직 내 기강해이 문제는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투자증권은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호 사장 재선임 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유상호 사장은 2007년, 47세 나이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를 시작한 이래 11년차를 기록하며 현역 금융권 CEO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타이틀을 이어갔다.


    유 사장의 신기록 행진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투자증권 성장의 중심에 늘 자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우선 구축한 유 사장은 이후 IB와 WM 등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 매년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특히 최근 증권업계의 트렌드인 몸집(자기자본)키우기도 주도해 회사를 자기자본 4조원대의 초대형IB로 성장시켰다.


    유 사장이 취임했던 2007년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1조79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회사의 규모를 2배 이상 키운 셈이다.


    이밖에 해외시장과 인터넷은행 등 신사업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 다변화와 신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유 사장의 지난 10년간의 성과는 매년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는 CEO라는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 향후 10년을 더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유 사장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장기적인 전략 하에 전 임직원들의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향해 매진해 나가겠다"고 연임 포부를 밝혔다.


    유 사장의 연임 신기록 행진이 지속되자 업계 역시 오너 기업 한국투자증권의 사실상 주인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아닌 유상호 사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살림을 유 사장에게 일임한지 오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오너기업의 경우 CEO보다 오너가 존재감을 발휘하며 '원맨'기업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유 사장이 강력한 맨파워를 구축했고, 실제로도 회사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기강 해이로, 지난해부터 발생한 지점 직원들의 횡령 및 투자사기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CEO로서 매년 연임을 고민해야 하는 타 증권사들은 각종 사고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강력한 내부 통제와 규제가 일상화 돼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증권사 직원들은 시스템 외에 관행적 또는 업무 효율성을 위한 편법을 이용해 실적을 내는 것이 원천 봉쇄돼 있다.


    융통성이 인정되지 않는 업무환경으로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는 CEO의 장기 집권으로 영업직원들이 타사에 비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고객과 투자금을 관리한다.


    한국투자증권 한 직원은 "경력 직원들 사이에서 한투의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최고의 대우도 꼽을 수 있지만 영업직원들의 재량에 의한 임의 투자금 관리가 어느 정도 허용돼 편의성이 높고, 그만큼 실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임의적인 업무가 편법이나 위법으로 확장될 위험성도 큰 것이 사실이고, 최근 발생한 횡령 사건들도 사소하게 여기던 부분이 대형 사고로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한 대전지역 PB센터의 고객 예치금 횡령사건의 경우도 유 모 차장이 고객들에게 기관계좌가 아닌 본인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보인 10억원 가량의 금액을 횡령했다가 고객의 신고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한 고객은 "해당 직원은 4~5년전부터 금융지식이 약한 여러명 고객의 투자금을 본인 자산처럼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졌지만 회사는 지점 영업직원 개인이 저지른 사건으로 처리하고, 회사차원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전 직원의 신용등급 조회, 순환근무제도 등 파격적인 조치를 꺼내든 것 역시 10년간 '원맨'체제 지속에 따른 조직기강 해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강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유 사장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 보인 만큼 앞으로는 손익지상주의로 인한 부작용과 고도 성장 지속에 따른 조직 내 피로감을 해소도 간과할 수 없는 올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