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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조원, 재계 순위 5위, 94개 계열사로 국내 무대를 넘어 아시아, 러시아, 미국까지 넘나드는 기업. 내달 3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국에 안착,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롯데그룹은 쉼 없이 50년을 달려왔다.
1922년 10월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제강점기 배움을 열망하며 일본행을 택했다. 신문과 우유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고학했던 신 총괄회장은 첫 사업이 폭격으로 전소되는 시련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군수공장에서 비누를 만들며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
신 총괄회장의 사업가 기질이 빛을 발한 것은 '껌'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때 '롯데'라는 이름이 탄생했고, 껌 사업 성공 이후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듭했다.
"새롭게 한국 롯데 사장직을 맡게 됐으나 조국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관계로 서투른 점도 허다할 줄 생각되지만 소생은 성심성의, 가진 역량을 경주하겠습니다. 소생의 기업 이념은 품질 본위와 노사협조로 기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당시 신 총괄회장의 인사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총괄회장의 꿈은 조국 대한민국에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신 총괄회장은 망설임 없이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 투자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첫 사업 역시 '껌'이었다. 제과업계 빅3 중 가장 늦은 진출이었으나 껌 사업으로 창립 11년만인 1978년 제과시장 정상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 껌 시장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970년대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고,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능력은 또 한번 발휘된다. 지하철이나 철도와 연결되는 역세권 부지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자감각을 발휘한 것. 서울 소공동 호텔 롯데와 백화점을 잇는 롯데타운,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영등포 역사, 부산, 대구, 대전이 그 예다. -
1973년 당시 동양 최대 초특급 호텔로 장장 6년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연 롯데호텔은 '한국의 마천루'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 외국손님을 불러올 국제 수준의 관광상품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 사업은 롯데그룹에 있어 대단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신념과 결단으로 탄생한 롯데호텔은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국 호텔로는 처음으로 해외 체인을 오픈할 만큼 성장했다.
1979년 서울 소공동에는 롯데쇼핑센터(現 롯데백화점 본점)가 등장했다. 1976년 시작한 건립공사가 3년 뒤에 완료됐고, 당시 정부가 4대문 안에는 백화점 신설을 불허한 탓에 백화점 대신 '쇼핑센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존 백화점 2~3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던 롯데쇼핑센터는 9년 뒤인 1988년 11월 '롯데백화점'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현재 연매출 약 9조원대로 백화점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껌'으로 시작한 롯데그룹이 반세기 동안 유통 공룡에서 호남석유화학과 롯데건설 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에도 진출하며 거대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롯데그룹의 50년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롯데월드타워'도 창립기념일에 맞춰 내달 3일 개장한다. 롯데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립은 1987년 서울시로부터 819억원에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초고층 높이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 하나로 3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것. -
1989년 대형 레저·쇼핑타운인 롯데월드가 탄생한 후 2010년 11월 롯데월드타워 착공, 2011년 기초공사, 2014년 4월 국내 건축물 최고 높이 305m, 2015년 3월 국내 최초로 100층(413m)을 돌파하며 최종 123층, 555m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는 한국 건축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 운영이 본격화되면, 생산유발효과 2조1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조원, 취업유발인원 2만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50년사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단과 추진력,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롯데그룹은 본격적인 신동빈 회장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롯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