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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국민은행장. ⓒ 뉴데일리경제
"KB국민은행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이 노사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새 노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던 사측 개입 의혹과 당선무효 등 내홍을 본인 책임으로 돌리고 진정성있는 사과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윤 회장은 11일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열린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새로 당선된 박홍배 노조위원장에게 격려사를 전했다.
그동안 국민은행 노사가 경영의 동반자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데 협력한 만큼 앞으로도 신뢰 관계를 이어가길 당부했다.
사실 매년 열리는 노조 행사에 은행장이 참석하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지만 은행 발전을 위해 건전한 갈등을 벌이는 관계인 노사가 일년에 한 번은 공식 석상에서 상생을 도모하는 자리를 만든다.
다른 은행장들 역시 제 식구 챙기기 차원에서 대의원대회에는 꼭 자리하곤 한다.
하지만 이날 윤종규 은행장의 참석이 남달랐던 이유는 진정성 있는 사과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새 노조위원장을 뽑으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HR 인사부 출신을 위원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윤 회장이 임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당선 무효와 법정 소송으로 재선거까지 치루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피로도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는 해를 넘겼고 은행 중 가장 늦게 마무리됐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노사 관계 역시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의 선거로 어렵게 당선된 박홍배 위원장은 이 날 행사장에서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위원장 당선 무효로 추운 겨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사 앞에서 촛불 시위를 진행하던 모습과 경영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들을 윤종규 회장과 임원들에게 보여줬다.
영상 공개가 끝난 직후 연수원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영진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사측의 부정 행위 의혹이 전면 공개되면서 장내가 술렁였다. 직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윤종규 회장에게 쏠렸다.
이후 축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윤 회장은 연설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돌연 준비한 연설문을 내려놓고 직원들을 바라 본 뒤 말을 이었다.
오늘 행사에 직접 참석해 영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그간 일어난 모든 일은 자신의 불찰과 부족함이라고 언급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자신을 최대한 낮췄고 이를 바라본 직원들도 윤 회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잠시 본인의 진심을 드러낸 윤종규 회장은 준비해온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디지털화와 4차 산업 혁명이 은행업을 위협하고 있지만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은행과 직원들을 지키고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국민은행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1위 금융사 도약을 위해 신한과의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며 윤종규 회장 겸 행장의 첫 임기도 오는 10월 마무리 된다.
이날 윤 회장이 보여준 진정성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이 모범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고 한 발 더 나아가 리딩뱅크로 올라 서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