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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 직원 수를 줄이고 경쟁력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해 매출액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대우조선 부실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 산업은행이 '제 살 도려내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이면서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한 기업이다.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다.
자산 8조원, 매출액 13조원(지난해 말 기준)인 대형 기업이 주인 없이 국책은행 관리를 17년간이나 받아온 셈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대우조선 사장은 물론 사외이사 선임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관여하면서 회사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야기됐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전임 사장인 고재호, 남상태 씨는 분식회계로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대주주로서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의 전 수장 3명(민유성·강만수·홍기택)도 대우조선 관련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산업은행은 관리 부실로 망가진 기업에는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올해 4월 2조9000억원 등 총 7조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지원됐고 현재 '셀프 구조조정' 중이다.
하지만 산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방식에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부실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 상충 문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와 산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방식은 오너에게 경영책임을 물어 지분을 대폭 감자한 뒤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TX조선해양, 현대상선, 동부제출 구조조정이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반면 대우조선은 사례들과 성격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은 오너가 산은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불거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보내고 대우조선은 살려둔 이유가 대주주가 산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현재 대우조선의 상황을 개선한 뒤 산은 품에서 새 주인을 찾아줘야 향후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와 산은도 내년 말부터 M&A(인수, 합병)를 통해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원칙으로 대우조선의 매각 시기를 놓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명한 절차를 거쳐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