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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시장 개척에 주요 증권사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한편에서는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인해 홍콩의 법인 또는 지점 폐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법인의 자본금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현지 법인 및 사무소 8곳이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특히 홍콩의 경우 하나금융투자가 시장에서 철수했고, SK증권은 자산운용 등 홍콩법인 자회사 통폐합을 단행했다. 통합 이슈로 인해 중복지역이 다수 발생하게 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도 홍콩의 법인 통폐합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래에셋대우의 경우 통합 이전 홍콩 법인의 손자법인을 포함해 총 4곳의 법인을 두고 있었던 반면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자연스럽게 홍콩 내 법인 통폐합 논의가 진행됐다.
이밖에 KB증권과 대신증권은 지난해 홍콩법인에서 적자폭이 확대됐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홍콩법인 내 당기순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줄어 연간 4~5억원대의 당기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처럼 주요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홍콩법인에서 맥을 못춘 것은 지난해 H지수 하락으로 브로커리지 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다수 홍콩법인이 외국계 기관의 한국물 주식매매나 국내 기관의 홍콩 주식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반면 H지수가 급락하자 투자가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의 홍콩진출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 확대 차원에서 홍콩은 아시아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교두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경우 올초부터 진행해왔던 홍콩 현지법인의 자본금 확대(증자)를 결정했다.
KB증권은 지난 4일 KB증권홍콩(KB Securities Hong Kong Ltd.)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8000만주를 904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KB증권 홍콩법인의 자본금이 지난해말 기준 26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 후에는 규모가 4배 이상으로 커진다.
지난 1997년 옛 현대증권 시절 설립된 홍콩법인은 그동안 주식 세일즈와 채권 중개만 담당했던 소규모 법인이었지만 이번 증자로 현지 영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윤경은 사장은 올초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S&T 부문 강화를 강조하며 "현재 10%에 불과한 해외채권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홍콩을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아, 전략적 육성·아시아지역 허브로 구축할 것"이라며 "자체 수익모델 확보를 위한 기초 영업자본을 확충하려고 증자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홍콩에서 눈에 띄는 실적개선세를 기록하며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을 열었다.
NH투자증권의 홍콩 법인 NH Investment & Securities H.K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71억52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66배 뛰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홍콩법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은 해외투자자의 국내 주식 유치 등 브로커리지 수익보다 해외채권, IB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의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홍콩시장 역시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보여온 브로커리지 위주의 영업 보다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IB나 PBS 등 새롭고 선이 굵은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현지법인의 영업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종합 투자사로 거듭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