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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형사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은 1000억원대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증권업계가 대형 5개 증권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IB명가로 실력 발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개막전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선두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301억원을 달성, 전년동기 대비 104.4% 증가했다.
실적 개선은 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ELS 조기상환 및 채권운용손익 증가 영향도 컸지만 이 외에도 우리은행 배당금 108억원, 시카브/키아라 펀드 평가익 200억원, 정책자산 매각익 160억원, 저축은행 환입금 127억원 및 PEF 투자지분 처분 등도 한 몫했다.
특히 대부분 순익이 일회성이 아닌 직접투자 형태로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얻은 이익이라는 점에서 IB명가다운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사장의 장기 집권 속에서 IB사업을 확대해 왔다.
과거 대우증권, 현대증권 M&A에 연이어 실패하며 경쟁사보다 열세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올해 1분기 성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업계 최고 수익성을 증명했다”며 “향후 카카오뱅크 영업 개시에 따른 손실 인식과 초대형사 인가 관련 이슈가 불안 요소이기 하지만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과 일관성 있는 정책에 따른 위상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 합병 효과 톡톡
또 눈여겨볼 곳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한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한 KB증권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합병에 따른 대규모 비용을 치르며 20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순이익이 ‘업계 2위’로 올라서면서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세로 들어선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수익구조는 트레이딩 27%, 위탁매매 26%, 자산관리 16%, IB 12%로 나타났다. 수익구조가 다변화됐다는 데 긍정적이지만 IB수익 비중이 다소 낮은 게 흠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번 분기만큼만 해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합병 이전 적자를 전전했던 현대증권의 ‘그림자’를 벗어낸 KB증권도 올 1분기 1000억원대 순익을 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 4분기 통합 KB증권의 당기순손실은 470억원에 달했다. KB증권 역시 합병에 따른 비용을 치르면서 연말에 큰 폭의 적자가 난 것.
하지만 올해 KB증권은 합병 이후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의 증권 소개영업 자산이 1조원을 돌파, 지난 한 해 실적인 9246억원을 석 달 만에 뛰어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자산관리, 세일즈앤트레이딩(S&T),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은행과의 협업으로 실적 성장을 이뤘다.
KB증권 관계자는 “합병 이후 호실적이 나와 회사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직원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NH·삼성증권 실적은 좋지만…母기업이 발목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사실 개막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성적표로 8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삼성증권은 5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수익구조 역시 경쟁사와 동일한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IB사업 등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뤄내 안정적이다.
문제는 모기업의 영향을 다소 받는다는 게 흠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이익을 대부분을 배당금, 농업지원사업비 등 명목으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에게 돌려준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고배당 요구는 비용부담의 주된 요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보통주 1주당 400원, 우선주 1주당 450원을 현금 배당했다. 배당총액은 1206억원으로 배당성향은 업계 최고 수준인 57.2%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그룹 영향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1분기 호실적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다행히 지주회사 전환이란 광풍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사 중이라 계열사 사업 계획이 늦어진 탓도 있다.
뒤늦게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진두지휘하며 자생력 찾기에 나서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