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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사들이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철강 설비 매각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마땅한 매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설비는 가동을 중단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구체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동부제철은 지난해부터 전기로, 후판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강 설비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경기 불황이 꼽힌다.
후판 설비를 매각하려는 동국제강에게 현재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제철은 고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양사 모두 지난해 설비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어느 업체도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철강사들이 점차 수익률을 높여가며 철강 경기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불황을 실제로 타개할 수 있는 수요산업에서 회복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과 바로 연관된 동국제강 후판설비는 조선업 수주악화와 맞물려 더욱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동국제강은 해외 여러 업체들과 설비 매각을 타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인도나 중국쪽에서 설비를 보고 가는 등 다양한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가격에 이견이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도 후판 설비 매각이 쉽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 이사는 지난 4월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설비가 좋은 설비임에도 상도에 맞지 않게 너무 가격을 깎으려 해서 매각이 쉽지 않다"며 "여러 업체와 접촉 중이며 연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답답한 곳은 동부제철이다. 동부제철은 2014년말 전기로 설비를 가동 중단하고 매각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기로 설비는 2년이 넘게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6월 이란 철강사 5곳과 당진 전기로 매각 협상을 벌였다. 당시 모바라케, 이스파한, 코제스탄 등 이란 철강업체 5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1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은 전기로 매각 진행과정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4월말 기자와 만난 김창수 사장은 전기로 매각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김창수 사장은 올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도 똑같은 대답을 한 바 있다.
업계는 동국제강, 동부제철이 추진하고 있는 설비 매각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매각을 목표로 여러 업체와 협의하고 있지만, 실제 타결까지는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황이 지속된다면 동국제강, 동부제철 모두 매각이 언제 성사될 지 알 수 없다"면서 "빠른 매각을 원하는 양사에게 매각 지연은 계속해서 큰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