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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B부문 강화를 선포한 삼성증권이 그 일환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장을 앞둔 회사들을 대상으로 전사적 영업을 통해 주관계약을 따내는 한편 배정물량 청약을 확실히 소화하며 고객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 부서 외연 확대에 나선 삼성증권은 1분기에만 12개 비상장기업과 IPO 주관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격화될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임박한 가운데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IPO의 성과가 'IB 대전' 초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4건의 IPO 주관에 그쳤던 삼성증권이 올들어 IPO에 특히 주력하는 이유로 업계는 그룹과의 관계와 그에 따른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분석한다.
그룹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으로는 최대한 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는 반면 그룹 내 금융계열사로서 수익성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증권사와 달리 초대형 IB 대전이 개막하더라도 곧바로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형 PF 등의 딜을 추진하고 성사시키기에는 외부 시선이 부담되는 측면도 있고, 타사에 비해 경험이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I다수의 상장 주관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IPO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룹 등 내외부 상황과 맞물린 삼성증권은 IPO 부문 확대를 최선의 '정중동 전략'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철저한 상장예정기업의 이익과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IPO 주관사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우량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오랜 기간 해당회사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상장 이후에도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고액자산가 다수 확보는 곧 청약대기자금의 충분한 확보라는 이점도 활용해 배정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철저한 고객사 위주의 주관사 업무 방식은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ING생명을 통해 그대로 입증했다.
ING생명은 공모주 청약 이전 보험업종 전반에 대한 우려와 앞서 생보사들의 상장 이후 동반 침체 징크스가 겹쳐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최종 경쟁률이 0.82대 1을 기록했으나 남은 물량을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모두 소화했다.
당시 해외 기관에 대한 배정 물량 6000억원은 초과청약(오버부킹)이 이뤄진 상황에서 미달된 일반 투자자 청약물량까지 기관들이 나눠가져간 것.
일반투자자들이 ING생명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공모가 3만3000원에 대한 가격부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ING생명 공모가 책정 당시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자금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높여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사주에도 인당 최대 5억·3년 무이자 제공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증권은 애초부터 장기투자를 통한 배당에 관심을 보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 완판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고객사인 MBK파트너스는 투자 자금의 절반을 웃도는 금액을 회수해 엑시트에 더욱 가까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엑시트를 통한 자금회수 계획 규모가 이미 정해져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 공모가에서 추가적인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만큼 주관사 삼성증권은 고배당을 내건 마케팅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공모가를 밑돌던 주가도 지난 22일 장중 처음으로 공모가를 회복한 이후 현재까지 공모가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삼성증권의 전사적 IPO 강화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윤용암 사장이 IPO를 진두지휘할 만큼 중점 사업으로 꼽고 있고, 철저히 상장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상장사 친화 전략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나서는 공모주 청약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