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험 갖춘 중소기업계 출신에 기대 걸어본다

  • ▶중국 전국시대에 손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字)는 백락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로서 천리마를 잘 식별한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마을 사람이 찾아와 이렇게 부탁했다.

    "저에게 훌륭한 말 한 마리가 있는데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할테니 한번 감정을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시장으로 나간 백락은 말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살펴보았는데, 그 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준수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떠나면서 아쉽다는 듯,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위사람들은 돌변했다. 잠시전만해도 무관심했던 군중들은  앞다퉈 몰려들어 관심을 보이자 말 값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올랐다는 얘기가 있다. 이후 '백락일고(伯樂一顧)'는 인재를 잘 알아보는 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는 어느 시대에나 천리마는 있으나 그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어서 천리마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재능을 지니고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백락의 출현을 기대한 것이다.

     

     인사는 만사, 그러나 잘못하면 망사(亡事)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그러나 역대 정부를 보면 인사는 정권의 발목을 잡는 망사(亡事)가 된 경우가 많았다.

    과거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일상화됐고, 집권 초기 인사 실패는 정권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촛불민심으로 태동한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대탕평 인사를 단행하겠다며 ‘인사 5대 원칙’(위장 전입, 부동산투기, 논문 표절, 병역 면탈, 세금 탈루)을 공약했다. 그러나 인사 5대원칙에서 벗어난 인물의 등용으로

    정권초부터 낭패를 겪었다.

    야당의 총공세로 자진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  그리고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등 현 정권서 핵심인재라고 발탁한 인물들이 줄줄이 퇴출됐다. 장관 후보 11명 중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 등 민주당 의원 입각자 4명을 포함해 9명이 이른바 선거공신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보니 어찌보면 대탕평 인사도 아닌듯 싶다.

     

     밀실 인사가 아닌 시스템 인사가 절실하다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밀실인사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필요하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정략적 인사는 자칫 화를 부를수 있다. 이미 전 정권에서 이른바 수첩인사 때문에 빚어진 인사참극은 모두 주지하는 사실이다. 때문에 현정권에서는 무엇보다 시스템 인사가 절실하다. 

    '시스템 인사'를 위해서는 인사 혁신처가 구축해 놓은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활용하고, 부동산 투기·전관예우·병역문제 등에 대한 검증에도 실수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스템인사를 하면 정권마다 반복된 실세들 사이의 '권력 암투'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스템인사를 통한 인재등용 만이 백년대계의 국가기틀을 마련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 미래는 걸출한 인재발굴에 달렸다

     

    ▶문재인정부의 출발 시점이 좋다고들 말한다. 10년 만에 세계 경제가 회복기이고, 주가와 부동산도 상승 기운이다. 한국이 이런 기회를 놓치면 세계 20위권 밖으로 떨어진다. 노무현정부 때 GDP 성장률이 4.5%로 높았지만 당시 세계 경제 성장률 5.3%보다 낮았기 때문에 잘하고도 표가 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GDP 성장률을 3.5% 이상 높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최대 당면과제는 한국경제의 부흥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경제팀의 수장을 잘 뽑아야한다. 인사가 만사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경제의 미래는 걸출한 인재를 발굴하느냐 못하냐에 달려있다. 

     

    초대 중소벤처부 장관, 한국경제 골든타임 살릴 적임자 찾아야

     

    ▶요즘 경제계의 핫이슈는 현 정부가 신설한 중소벤처기업부에 모아진다.  오래전부터 중기청의 승격을 갈망해오다 이번에 현실화된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이쯤되니 신설된 중소벤처부의 리더가 누가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초대장관 자리를 놓고 현직 국회의원과 대학교수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중소벤처부의 상징성이 큰 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수를 추천받아 장관 후보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하마평이 무성한 중견정치인, 교수 출신 장관 등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중소벤처부는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국정과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데, 교수나 중견정치인 출신 장관이 올 경우 업무, 조직 파악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때문에 중소벤처업계를 경험해본 현업 출신이 적임자라는 게 중론이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교수 출신 등이 임명될 경우 자칫 골든타임 안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치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신설된 중소벤처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너무 큰 만큼,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수 있는 인사를 고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점에서 최근 낙점된 최수규 신임 중소벤처부 차관은 지난 정권의 대통령비서실 중소기업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국민들은 수많은 중소벤처 전문가들 중 굳이 지난 정권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이때문에 초대 장관 만큼은 좀더 참신한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재발굴의 초점은 중소벤처업계의 현장 경험에 있다.  중소기업 경영을 한번쯤은 해본 인물만이 진정으로 중소업계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출신의 장관 발탁을 한번쯤 기대해본다.

     

    중국 전국시대 백락의 혜안이 절실한 때다

     

    ▶매번 인사 때마다 하마평이 쏟아지고, 고위 공직자의 일선후퇴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인재를 등용하고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하는 '혜안'은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다. 인사가 만사라 했으나 잘못하면 일을 그르치는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단적으로 백제 의자왕은 충신인 성충(成忠)과 흥수(興首)를 멀리하고 간신들만 중용했다가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정반대로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철두철미, 적재적소 인재 등용으로 최고의 업적을 이뤄냈다.  이제 천리마를 한눈에 알아보는 혜안을 가진 전국시대 백락의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뉴데일리경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