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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후 제약사들이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와 접대비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상승하는 반사이익이 나타났다. 또 의심을 살만한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명절선물도 사라지는 추세다.
판관비는 급여, 접대비, 광고비, 연구비 등 매출원가에 속하지 않는 영업비용을 말하는데, 제약업계의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는 30%대를 웃돈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2016년 상반기에 1681억원이었던 판관비가 올해 상반기 1378억원으로 18.03% 감소했다.
매출 상위제약사 대부분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중이 낮아졌다. 구체적으로는 대웅제약 2.5%, 종근당 2.4%, 녹십자 2.3%, 동아에스티 2.3%, 보령제약 0.9%, 유한양행 0.4% 등으로 줄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주요제약사들이 지난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대웅제약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6% 급증했다. 녹십자와 한미약품, 종근당 등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43.6%, 236.9%, 54.5%에 달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마케팅비용 감소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접대비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상반기 매출 1000억원 이상이면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접대비 항목이 있는 10개사의 접대비 총액은 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접대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유한양행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접대비로 6억원을 사용했으나 올해는 1억8000만원만 지출해 70% 가까이 규모를 줄였다.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의 접대비 역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65%와 62% 감소했다. 대웅제약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2억7000만원, 동아에스티는 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재벌닷컴이 2013년 결산보고서에 기재된 접대비를 집계한 결과 접대비 규모 상위 30개사 가운데 제약사가 9개 포함돼 가장 많은 업종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명절선물 주고 받지 않기'도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오는 추석을 앞두고 유한양행은 '명절선물 안받기 캠페인' 내용이 담긴 엽서를 제작해 거래처에 배포하기도 했다.
해당 엽서에는 "우리 회사는 '명절 선물 안 받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며 "청렴한 기업문화 확립과 윤리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깊은 양해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이 판관비와 접대비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며 "명절선물이 사라진 것도 혹시라도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일체 단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