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로드맵 마련, 여야 의견차… 진통 우려신혼부부 공공분양 등 6대 중점 추진사항 발표매년 4조~5조씩 줄여도 '부채 공룡' 이미지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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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 사옥에서 열린 2017년도 국정감사 현장. ⓒ성재용 기자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전날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에 동조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본격적인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 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가시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 사장은 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분양형 공공주택을 매년 1만호 공급하기로 하는 등 여섯 가지 중점 추진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부채공룡' 이미지로 실현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13일 박상우 사장은 경기 성남시 오리사옥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와 관련해 "실무차원에서의 논의는 있었지만, 기관대 기관의 공식적인 검토는 없었다"며 "국감 이후 정부의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위 국감 첫날인 지난 12일 김현미 장관은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내용을 주도로 한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미 장관은 또 민간사업자의 후분양제를 독려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지원 확대, 공공택지 우선공급 등의 인센티브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H 국감장에 참석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후분양 활성화를 위한 사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국감을 계기로 로드맵 마련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의 후분양을 어느 정도 물량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계획을 마련하겠다. 지금 상황에 맞는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며 "민간부문의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는 많이 이뤄져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을 80% 이상 지은 후 분양하는 후분양제는 완제품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분양대금으로 시공비를 충당하는 선분양제가 오랜 기간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성급한 후분양제 도입은 건설업계에 충격을 주고 원활한 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국감장에서도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에서는 제도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야당은 인기에 영합한 섣부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분양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LH에서 힘 써 달라"며 "그동안 후분양제가 자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해왔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3000만원짜리 승용차를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해보고 구입하는데, 주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계약부터 한다"며 "주택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루고 무산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적폐'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넘었는데, 후분양제 도입 문제는 어제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며 "인기에 영합한 섣부른 정책을 펴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정책적인 협의 없이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정책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서로 공감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과 논의 없이 로드맵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며 "LH에서 전혀 검토 없이 발표한 것은 주먹구구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도 막상 제도를 실행하려다보니 문제가 있어 덮은 것"이라며 "이것을 공공분야부터 다시 한다고 하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사장은 또 LH 본연의 업무인 '서민주거안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도시재생 뉴딜 △맞춤형 지역개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좋은 일자리 만들기 △공공성과 지속가능 경영기반 강화 등 중점 추진사항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지역개발, 도시재생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부채 감축을 비롯한 경영 체질 개선과 스마트시티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LH는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5년간 정부 계획 65만가구의 85% 수준인 52만8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주거계층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청년에게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와 대학가 인근에 청년주택과 쉐어하우스를,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 지원 등을 위한 보육시설이 포함된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신혼부부의 주거선호도를 고려해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형 공공주택을 매년 1만호씩 선보일 예정이다.
고령자와 저소득층, 장애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마이홈서비스'를 증설해 원스톱 주거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더불어 공공임대상가를 도입해 영세소상공인의 재정착을 지원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도 연계할 계획이다.
맞춤형 지역개발에서는 세종시 추가이전 정부청사 부지의 준비와 혁신도시의 지역성장 거점 육성, 사업이 진행 중인 신도시의 스마트시티 조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시티는 쿠웨이트 사업을 모델로 해외수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에서는 갑을관계 근절 종합대책 이행과 자금·기술·고용 지원,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임대주택 100만가구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내놨다.
박 사장은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공사에 부여된 소임 완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번 국감을 통해 제시된 정책 대안들을 꼼꼼히 검토해 경영에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 국감에서와 마찬가지로 금융부채에 대한 우려로 이 같은 공공주택 확대가 가능할 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LH가 부채 공룡으로 불렸다. 사업다각화 등으로 부채를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융부채가 77조원이라서 걱정"이라며 "그런데도 부채 증가가 우려되는 국책사업을 하려고 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금융부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해마다 4조~5조원을 줄이고 있다. 부채감축 속도도 줄어들 것 같다. 금융부채 감축계획을 세워 사업을 구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