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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토목건설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이 2년2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종료했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자산 및 계열사 구조조정에 성공적 M&A까지 이어지면서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삼부토건 측은 회사 경쟁력이 있는 공공부문 수주를 시작으로 대주주와의 시너지를 위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암운이 드리운 공공공사 발주시장과 투자자본 '먹튀'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은데 이어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천길주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와 함께 류둥하이 북경디신통상업무역주식 유한공사 회장, 장우위빙 타이탄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1955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지하철 1호선·장충체육관·영남화력발전소 등 국내 각종 SOC 공사에 참여하면서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2011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기관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자산인 르네상스 서울호텔(현 벨레상스 서울호텔)을 담보로 제공하고 75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구조조정에 실패해 결국 2015년 8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출자전환되거나 면제된 채무 등을 제외한 회생채무 규모는 8217억원에 달했다. 회생채권이 77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회생 담보권 242억원·조세 등 채무 131억원이 포함된 규모다.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은 후 회생계획에 따라 르네상스호텔·타니골프앤리조트(자회사)·삼부건설공업(계열사) 등 비영업용 자산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확보 및 변제 재원을 마련했다.
이에 26개월에 걸친 법정관리 기간 동안 삼부토건은 99.9%에 달하는 8215억원을 변제하는 데 성공했다. 변제가 끝나지 않은 차액 2억원은 채권압류와 계좌 미확인으로 변제가 유보된 금액으로, 이 역시 예수계좌에 예치돼 있는 상태인 만큼 사실상 채무 전액이 변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통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44.7%로 지난해 상반기 8.81%에 비해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1035→123%)과 차입금의존도(65.0→9.05%) 등도 크게 낮아졌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지난해 두 차례 M&A가 실패했지만, 지난 8월 DST로봇을 중심으로 한 DST컨소시엄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천길주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국내 건설면허 1호 기업의 자부심이 그동안 많이 망가졌다"며 "삼부토건이 갖고 있던 경쟁력과 시공능력을 재정비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무적인 능력이 보완되면서 대형 SOC사업 등 수익형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만큼 내년에는 획기적인 수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건설업황이 예전만 못하다. 삼부토건이 강점을 갖고 있는 공공부문의 발주가 점진적으로 감소세에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한 국내건설 수주동향조사를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공공건축분야의 수주액은 1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원에 비해 11.5% 감소했으며 공공토목(18조원)의 경우 2015년 같은 기간 20조원에 비해 8.8% 줄어들었다.
여기에 내년 예산안에서 SOC부문이 감축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공공부문 일감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외국계 자본에 인수된 만큼 '먹튀'나 '국부유출' 등의 논란도 여전하다. 쌍용자동차나 하이디스 기술 먹튀,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 주체의 핵심인 DST로봇 역시 M&A 과정에서 자금력이나 인수의지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건설업과 거리가 먼 사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DST로봇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쓰이는 로봇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중국 최대 휴대폰 유통기업인 디신퉁그룹 등 다수의 중국계 자본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뚜렷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일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중국계 자본이라는 점에서 의심을 샀다.
노동조합 측에서도 당시 이 같은 우려에 법원에 부적격투자자 입찰배제 요청 관련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중국계 자본의 경우 우려와 달리 보조적 역할을 하고 국내 투자 자본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모양새"라며 "한국 내 영업력을 믿고 투자하고 협력하는 단계인 만큼 먹튀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삼부토건은 우선 국내에서 명성을 되찾고 중국 측 주주와 연계해 해외사업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천길주 대표는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천 대표는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011년 국내영업본부장(전무)까지 역임하면서 국내외 영업을 담당했으며 삼표그룹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주"라며 "우선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해외부문은 위축된 인적 자원을 보완해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에서 30년 가까이 재직했고, 삼표 역시 건설자재기업으로, 대표로 있으면서 건설 분야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온 것이 강점"이라며 "사업 수주 분야에서 자신 있게 일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수주를 늘려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에서 책임지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천 대표는 "3년 후에는 국내와 매출 비중이 5대 5까지 키우려고 한다"며 "무엇보다 대주주가 중국 자본인 만큼 중국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측 관계자도 "실사과정에서 삼부토건이 갖고 있는 기술력이나 과거의 수주 능력을 좋게 보고 있다"며 "디신퉁이나 타이탄그룹에서 진행 중인 여러 부동산사업을 삼부토건과 같이 진행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수주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