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한계 노정, 전환 필요 기업-노동 어우러지는 선순환적 생태계구조가 관건

  • 한국경제가 가까스로 10월 위기설을 비껴가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고 어렵사리 중국과 통화스와프 연장에도 성공했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은 여전하지만 급박한 불은 끈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내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새 정부가 자리잡는 동안 기업환경도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에 초점을 둔 정책은 기업 옥죄기로 되돌아왔다.정부는 최근 핵심 국정방향으로 '혁신성장'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혁신 친화적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뉴데일리>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위기의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혁신성장의 과제와 전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조화로운 성장방향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성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들어 새 정부의 성장전략에서 혁신성장의 무게감을 연일 높이고 있다. 임기 초반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 도처에 분배론자들 많아 과감한 정책 변화가 단행될 지는 미지수다. 



◇ 한국은 투자 빙하기…북핵 리스크 상존 

새 정부의 기조 변화는 우리 경제 상황이 친노동·반기업만 하기에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를 중심에 두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전환 등 정책 변화를 시도했으나 눈에 띠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정책 비용부담의 당사자로 지목된 기업만 시름시름 앓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는 투자빙하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114억23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15.2% 늘었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가 많은 국내 대신 해외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다. 

투자금만 줄어든 게 아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거꾸로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되자 키오스크(무인 주문 결제기기)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임금 부담에 따라 사람 대신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하는 현상이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현상이다.  

  • ▲ 만일 북핵 위기가 다시 돌아올 때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 등급 하락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 ⓒ 뉴시스
    ▲ 만일 북핵 위기가 다시 돌아올 때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 등급 하락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 ⓒ 뉴시스


  • 대내외 악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북핵리스크가 언제든 활기를 칠 수 있는 데다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은 우리 관광·유통 업계를 옥죄고 있다. 만일 북핵 위기가 다시 돌아올 때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 등급 하락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로 가득찬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으나 '대북리스크'에 따른 외국인 투자금 유출, 환율 변동 등의 우려로 16개월 연속 금리를 유지했다. 


    ◇ 규제 화끈하게 더 풀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혁신성장을 위한 계기를 빠르게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경제환경은 대내외 요소에 취약한 데다 기존의 포지티브식 규제로는 아마존, 구글과 같은 새로운 기업 형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만으로는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혁신을 일으킬 만한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금껏 우리 제도는 규제나 제도에 가로막혀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상업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외국은 법이 없으면 그냥 진행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못한다.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혁신 친화적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면서 "신산업 분야는 일정기간 규제없이 사업할 수 있는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법으로 금지할 것만 결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초청해 치맥 간담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초청해 치맥 간담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기초 골격인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신산업 규제 가이드 라인을 보면 포괄적 네거티브로 가는 방향 자체는 맞다"면서도 "어느 특정 분야인 신산업만 규제 혁파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신산업만 규제를 풀어서는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할 것"이라며 "벤처, 창업 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마케팅, 영업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수 있도록 금융 등 여러분야를 개방해 선순환적 생태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