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삼성전자 등 외국 경쟁기업보다 세 부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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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이 현 정부 최대 역점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7일 '법인세 인상이 불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 보고서를 내고 정부가 법인세율 인상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경연은 법인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인상의 목적인 세수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수가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수는 52조1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15.8% 올랐다. 올해도 1~9월 54조원으로 15.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코스피 상장기업 633개사의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은 8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4조6000억원보다 48.2% 증가한 수치다.
한경연은 이를 근거로 내년 법인세수도 올해 실적 호조로 말미암아 큰 폭으로 증가할 거로 전망했다. 기존 법인세율로도 충분한 세수 확보가 가능한 만큼 추가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삼성전자, LG화학 등의 유효법인세율이 외국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이미 세 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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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6년 5년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애플(17.2%), 퀄컴(16.6%), TSMC(9.8%)보다 2.9~10.3% 높은 법인세를 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율도 83.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44.2%), 인텔(57.6%), 퀄컴(42.7%) 등 미국기업은 명목세율 대비 실제 부담하는 비중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화학 업종에선 LG화학의 유효법인세율이 25.1%로, 업계 1, 2위인 미국 다우케미컬(24.7%), 독일 바스프(21.5%)는 물론 일본 도레이(22.9%), 대만 포모사(30.6%)보다도 높았다.
LG화학의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중은 103.7%로, 경쟁기업보다 높았다. 다우케미컬과 바스프는 같은 기간 각각 63.5%와 55.3%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전체 법인 수의 0.02%로, 이들의 법인세 부담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몇몇 기업이 지난 5년간 부담한 법인세는 전체의 49.2%를 차지했다.
한경연은 일각에서 법인세 인상 대상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이들 극소수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절반쯤을 이미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2005~2014년 10년간 법인세율을 올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6개국 중 절반인 3개국(포르투갈·프랑스·헝가리)에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었다고 경종을 울렸다.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반드시 법인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은 사실상 징벌적 세금부과와 다름없다"며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8개 한국기업이 최근 3개로 쪼그라들 정도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는데 한국만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