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1000만원 이하 채무 미상환자, 상환능력 심사 채무면제최종구 금융위원장 "성실상환자 인센티브 확대·도덕적 해이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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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빚 갚을 능력이 없어 10년 동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재기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를 없애 취약계층이 소비와 경제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소득주도성장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대부분이 저신용·저소득층으로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에 해당한다"며 "자력으로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평생 가둬둘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소액연체는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 일차적이지만,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과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할 부분도 있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와 현장 중심 정책을 집행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반드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국민행복기금과 민간 금융권의 장기소액연체자 규모를 파악한 결과, 올해 10월말 기준 원금 1000만원 이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이들은 15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들을 그대로 둘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신속한 재기 지원 작업을 펼치기로 했다. 

6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환 불능 부채에 대한 해법으로 △상환능력 심사 후 채무탕감 △장기연체화 방지위한 채무조정제도 개선 △채권 회수금 서민금융 재원 활용 등 총 3가지를 제시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부분은 10년 이상 연체한 1000만원 이하 장기소액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방법이다.

내년 2월부터 국민행복기금 내외부 장기소액연체자 중 상환능력이 없는 자가 재기를 신청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빚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인 채무정리에 나설 방침이다.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1인 가구 월 소득 99만원) 이하일 경우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 지원 규모는 신청여부와 상환능력 심사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해서는 상환의지 등 채무자 특성을 감안해 차등적 채무를 감면해주는데, 연체 중일 경우 일괄 재산 소득 조회해 상환능력이 없다면 추심을 즉시 중단하고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해준다.

만약 채무조정 후 상환 중인 이가 재기 지원을 신청한다면, 상환능력 심사 후 없다고 판단될 때 즉각 채무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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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행복기금 외 민간금융사 장기소액연체자들에게도 상환능력을 재심사해 채무를 면제해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행복기금 외부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신규 기구 설립안을 발의하고,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해 일시적 매입채권 소각을 위한 한시기구를 마련한다.

    시민단체 기부금과 금융권 출연금으로 설립될 이 기구는 장기소액연체채권 정리를 위해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 채권만 매입·소각하는 기구로서 추심이나 채권 회수를 통한 수익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장기연체자 발생 방지를 위한 제도 역시 개선키로 했다.

    일시적인 연체가 긴 연체로 바뀌지 않도록 개인 부실채권 추심 매각 과정 규율을 강화하고, 채무조정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다.

    먼저 대부업자 규율부터 손질하기로 했다.

    개인 부실채권 주요 매입자인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본요건을 상향해 내년 상반기부터 영세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현재 자기자본 3억원 이상이면 대부업을 할 수 있는데, 이 금액을 10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리고 상시인원도 5명 이상 채워야 가능하다.

    또한, 매입채권 담보대출을 제한해 반복적인 채권 매입과 과잉 추심을 방지하고, 대부업 채무조정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미등록 매입채권추심업자가 채권 매입을 하는 행위에 대해 금감원 특별검사도 실시한다.

    향후 회수금이 서민금융 재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국민행복기금 운영도 개선하고, 기금 잔여채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장기소액연체자 외에 기존 약정자, 타제도 이용자 등 다양한 채무자에게도 본인이 신청할 경우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90% 원금감면율로 분할상환을 지원하고, 만약 상환능력이 없을 경우 중위소득 60% 이하에 한해서는 원금 90% 감면 및 다양한 재기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상환유예를 지원한다.
     
    특히 정부는 이번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재산과 소득 등 상환능력에 따른 채무감면을 원칙으로 내세워 엄격한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청자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토대로 금융자산 현황, 거주지 임대차 계약서, 카드 사용내역 등 상환능력 심사 자료를 확대키로 했다.

    또한, 기존 성실상환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환의지에 따라 채무 처리시기를 차등화할 계획이다.

    만약 신고하지 않은 재산이나 소득이 발생될 경우 전국 39개 ‘부정감면자 신고센터’를 활용해 감면 조치 무효화는 물론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신용거래상 불이익 조치를 내린다.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될 경우 최대 12년 동안 금융거래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미국 상원위원 엘리자베스 워렌은 '누구도 혼자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며 "이와 만찬가지로 '누구도 혼자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민간 시민·사회단체 참여를 유도하고 지자체와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통해 장기소액연체자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