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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8조원대 진입’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업계에서는 ‘위기 돌파구’인지 ‘자충수’인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우선주 1억3084만주를 유상 증자해 운영자금 7000억원을 조달한다”며 “신주 배정방법은 구주주배정 80%, 우리사주조합 20%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3000억원대로 증권업계 중 가장 많다. 여기에 7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게 된다.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자기자본별 허가 조건을 보면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발행어음 업무를, 8조원 이상부터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할 수 있다.
IMA는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다. 이 때문에 은행 고객까지도 일부 포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계열사가 없는 미래에셋대우가 전략적으로 사업부문을 확장하려는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지난달 가장 먼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현재 금융위 심사 중인 KB증권 등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진 상황에서 아예 사업영역을 늘려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추가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시 직후 “글로벌 M&A를 추진하고 국내외 우량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720%인 레버리지 비율도 660%대로 낮아져 자본건전성 여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래에셋대우가 현재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발행어음 업무 인가조차 보류된 시점이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 발행어음 심사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자회사들의 관계가 박현주 회장과 가족의 수익을 내기 위한 의도적인 형태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 중심은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이다. 이 회사를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 사모펀드가 투자한 포시즌스호텔 등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디벨롭먼트가 관리하는 골프장에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사용료를 내는 등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된다는 게 공정위가 제기한 의혹이다.
하지만 각 계열사간 이동한 자금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가 끝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정위의 ‘미래에셋대우 잡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미래에셋대우 문제를 정조준해온 만큼 조사가 단기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1위'에 대한 견제로서의 단속이라면 자기자본 규모가 더 커질 경우 당국의 견제를 오히려 부추길 수도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유상증자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앞서고 있다.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에 따른 이득보다는 공정위 조사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 중에는 초대형IB가 할 수 있는 발행어음, IMA 업무에 대한 금융위 승인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고 유상증자 시 단기적으로 자본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