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 시장금리 하락 지연… 장기채 투자 유리”원‧달러환율 향방, 기준금리보다 경기부양 효과에 달려“달러, 직접투자보다 채권‧주식 등 간접투자 늘려야”내년 가계대출 공급 더 줄 듯… ‘고금리 터널’ 아직
-
국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연속 인하되면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은 경기부양을 위한 ‘인하’로 명확해진 반면 내년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는 시장금리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단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와 환율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 더 낮췄다.지난달 0.25%포인트 내리며 3년 2개월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두 차례 연속 인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를 낮춘 건 2008년 10월부터 금리를 연속으로 인하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금리 하락 더딜 것… 채권투자, 방망이 길게”최근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이달 금리 인하에 대한 예측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한은 금통위를 앞둔 전날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7656계약, 10년 만기 국채 선물은 5677계약 각각 순매수했다.통상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경우 채권 시장은 강세(금리하락)을 보인다.다만 실제로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효과가 채권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미지수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시장금리는 이미 많이 빠진 상태”라면서 “트럼프가 내년에 취임하고 공약대로 정책을 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내년에도 우리나라는 중금리 혹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시장금리에 반영되는 효과와 속도는 더뎌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정적 투자를 원한다면 채권투자가 유효하겠지만 방망이를 길게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박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채가 유망하겠지만 투자시기가 짧다면 단기채에 중기채를 혼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주식‧채권 등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 확대할 필요”달러투자는 내년에도 유효하겠지만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국내 기준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한은이 경기부양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성장기대가 되살아난다면 국내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등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 경우 미국 채권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자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것이 포트폴리오 안정성이나 수익성 측면에 유리할 수 있다.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경제 모멘텀 회복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면 국내에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환율을 낮추는(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아래로 향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전망은 위아래로 열려 있는 만큼 내년에는 달러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에 관망하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낮아진 성장전망, 은행 대출공급 여력 축소… 고금리 유지될 듯한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는 더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금리는 한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 10월 한은이 기준금리 내린 이후 예‧적금 금리를 내린 반면 가계빚 총량 관리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이로 인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금융 제외)는 평균 1.036%포인트로 전월 0.734%포인트에서 0.302%포인트 확대됐다.또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 눈높이를 낮춤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 공급 여력도 축소될 수 있다.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발표한 2.1%보다 0.2%포인트 내린 1.9%로 제시했다.금융당국이 경제성장률 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세우고 있어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공급 계획을 세울 때 낮아진 성장 눈높이를 반영해야 한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가계대출을 얼마나 늘릴지 일정 수치를 당국에 신고하는데 성장전망이 낮아지면 이를 반영해 목표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시중은행들은 올 초 2% 안팎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당국에 보고했지만, 이미 지난 8월부터 이를 초과한 대출이 집행되면서 연말을 앞두고 총량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내년 더 적은 폭의 목표치가 설정되면 금리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일부 대출상품 취급 중단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다만 한은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경제성장으로 이동한 만큼 경기부양 효과를 보기 위해 대출금리도 낮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진작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출금리 하락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대출금리 하락이 제한적이라면 내수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