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화장품 제품·H&B숍 먹거리 제품 확대… 시장 침범 '신경전'
"향후 경계선 완전히 사라질 것" 전망
  • ▲ 세븐일레븐에서 선보인 색조화장품. ⓒ세븐일레븐
    ▲ 세븐일레븐에서 선보인 색조화장품. ⓒ세븐일레븐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종 간 경계선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취급하고 H&B숍(국내 헬스&뷰티숍)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면서 두 업종이 경쟁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은 약 3만6000여개 H&B숍은 1300여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가 400여개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다는 공통점으로 취급하는 상품 및 경쟁이 심화 양상을 보이면서 양업계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편의점의 경우 먹거리 비중이 90%를 차지하고 H&B숍은 70% 정도가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이뤄져 기존까지는 취급하는 상품이 차별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편의점에서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고 H&B숍에서 PB 음료를 출시하는 등 주력 분야가 아닌 비주류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CU는 에뛰드하우스와 협업해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를 론칭했으며, GS25도 색조 화장품 '러비버디'를 세븐일레븐 역시 씨엘(BCL)과 업무제휴를 맺고 10대~20대 여성을 겨냥한 색조브랜드 '0720'를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했던 단순 기초화장품을 넘어 색조화장품 시장까지 판을 넓히고 있는 것.

    편의점 화장품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10%, 2016년 13%였던 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3%로 증가했다. GS25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26.5%, 세븐일레븐도 21.2%로 증가했다.

    올리브영도 'H Project 클렌즈스무디'를 출시하는 등 H&B숍에서도 과자나 음료, 간편 조리식품, 수입과자 등 식품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양업계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편의점들은 H&B숍이 먹거리를 확대하면 기존 편의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H&B숍은 편의점의 화장품 판매가 오히려 시장 침범에 더 가깝다고 맞서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화장품 판매 확대는 H&B숍 매장이 없는 지방권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구색을 갖추는 수준"이라며 "지방의 경우 H&B가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 부분을 편의점에서 채워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H&B숍 역시 식품을 해보자는 의도보다 상권에 맞는 특화 매장을 오픈하는 것 뿐이라고 편의점업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H&B숍 관계자는 "전체 매장에서 보자면 식품의 비중은 10%도 안 될 정도로 미비한 수준"이라며 "다만 상권 특성에 맞게 일부 매장의 경우 식품 구성을 조금 확대한 정도다. 편의점 시장을 침범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양업계의 경계선이 사실상 허물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정된 시장에서 점포 수가 증가하면 차별성을 위해 시장 맞춤형 제품이 매장에 들어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여대 지역에서는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H&B숍은 식음료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큰 범주에서 보면 편의점과 H&B숍은 태생이 같아 취급하는 상품도 결국 흡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드럭스토어가 먼저 시작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편의점과 H&B숍 구분이 사실상 없다. 한국도 시장이 커지면서 향후 경계선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