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입주율 70%대… 10년 전 '미입주대란' 재현우려지정기간 수정·전담팀 신설… "입주촉진 당근책 강구"
  • ▲ 동탄역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 동탄역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몇년간 이어진 과잉공급에 지난해 금융규제 강화 등 정부 규제책이 더해지면서 지방부터 입주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 개 단지만 삐걱거려도 자금흐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입주단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죠. 입주단지 가치를 높이고 계약자 입주를 유도하는 다양한 당근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중견건설 A사 고위관계자)

    2014년 9·1대책 이후 쏟아지기 시작한 신규분양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려했던 '입주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입주율이 석달째 70%대에 머무르면서 건설사마다 입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까지 대규모 미입주사태가 현실화된 지역은 없지만 전담인력을 충원하고 입주예정 단지마다 마케팅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입주자 채우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입주기간이 만료된 전국 아파트단지 입주율은 74.2%로 전월 77%에 비해 2.8%p 하락했다. 3개월째 입주율이 80%를 넘지 못하면서 입주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의 전체 분양가구수 중 입주 및 잔금을 납부한 가구수 비중을 말한다.

    김덕례 주산연 실장은 "공급물량은 넘치는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기존주택 매각, 잔금조달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입주 증가를 비롯한 주택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달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지역에 입주를 앞둔 사업자는 인근 지역 매매가 및 전셋값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분양자의 미입주 원인을 파악해 기간 내 입주가 진행될 수 있도록 입주지원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분양시장 호황기였던  3~4년 전에 쏟아졌던 분양물량 입주가 본격화되자 건설사들은 비상상황이다.

    앞서 건설업계는 과거 2010년대 초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과 미입주 대란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있다. 계약자들의 입주 포기가 이어졌고, 할인 분양과 그에 따른 소송 등으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적지 않았다. 일부 중견건설사의 경우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문을 닫기도 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계약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입주를 전담하는 팀을 꾸리거나 대형단지 경우 TF를 구성하는 등 입주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김포풍무 2차 푸르지오(2467가구)',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1690가구)' 등 3만40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대우건설은 22명 규모 입주관리 전담인력을 가동, 준공단지 챙기기에 나섰다.

    2015년 구축한 입주 리스크 평가 모형을 통해 반기·입주 전 등 주기적으로 시장상황과 가격변동 등을 고려한 리스크 검증을 통해 단지별 맞춤형 대응방안을 펼치고 있다.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공동 육아나눔터를 설치하는 한편, 공기질 측정시스템과 셔틀버스 도입 등 입주민 주거 질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GS건설은 당초 서울 대치자이갤러리와 부산 연산자이갤러리 등 서울 수도권 및 부산지역 입주관리를 넘어 최근 △동탄권역 △평택권역 △기타 수도권(김포)에도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이를 통해 대단지 입주물량이 많은 경기도지역 시세 등을 체크하고 입주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든 입주예정 단지에 '자이안 라운지'를 운영해 입주초기 사후서비스나 기타 입주안내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실시간 접수처리 시스템도 만들었다.

    대림산업은 입주 단지별 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6월 말 입주예정인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725가구)' 경우 대규모 단지인 만큼 이례적으로 입주관리 TF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TF에는 시공·설계·분양·하자보수·자금·금융·상업시설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 30~40여명이 참여 중이다.

    대림산업 측은 "인근 부동산과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파트 매매와 임대를 알선하고 금융권과 연계한 대출 상담 서비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힐스테이트 운정(2998가구)', '송파 헬리오시티(2780가구)' 등 대단지 준공이 많은 현대건설은 △개별현장 전담팀 △입주지원팀 △현장 AS센터 △하자관리시스템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입주 한 달 전부터 입주 후 3개월까지 하자보수 및 입주민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입주자 사전점검 행사인 '힐스테이트 데이'도 열고 있다. 아파트 입주 1~2개월 전에 입주자가 직접 방문해 내부 마감상태 등 품질을 점검하는 행사다.

    올해 1만3800여가구가 준공되는 롯데건설도 단지 가격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고 내부적으로 입주 촉진금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호반건설의 경우 입주민 소통과 만족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부 품질 점검단이 가구별 하자를 점검해 바로 해결하고 조경에도 신경을 많이 쏟고 있다.

    이밖에 미입주 우려가 높은 단지들은 애초에 '입주지정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000가구 규모 단지의 경우 입주기간은 두 달인데 이를 연장하는 전략이다. 입주기간 내에 잔금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 연체료가 붙는데, 이 때 계약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입주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과거 미입주 대란시 이사비 지원,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원, 전세전환 등 다양한 지원책이 제시됐었다"며 "올해는 역대 최다 입주물량이 예고돼 있는 만큼 입주촉진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43만9611가구로, 200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38만3820가구보다 14.5% 증가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