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에서 '공격형'으로 탈바꿈… M&A·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정지선 회장의 경영 능력 시험대로 떠오른 '면세점' 사업… 아직까지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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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백화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올해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발빠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사업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면세점 사업은 그의 경영 능력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은둔형'에서 '공격형'으로 탈바꿈… 정지선 회장, 사업다각화 총력
정지선 회장은 그간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며 경쟁 업체 오너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사업 일선에 전면적으로 나서거나 공격적인 경쟁을 벌이는 대신 안정적인 행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서며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 크게 이끌어내고 신사업에 도전하는 등 일부에서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공격형'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회장으로 취임한 후 줄곧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사활을 걸었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아웃렛 등 주력 사업 부문을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난 2015년 2월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2015년 8월 수도권 최대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 2016년 3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2016년 4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개점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송파구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오픈했으며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남양주점(2019년), 현대시티아웃렛 동탄점(2019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0년) 등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경쟁 유통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사업이 약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에 지난 2016년 1월 자체적인 통합 온라인쇼핑몰인 더현대닷컴을 새롭게 론칭했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를 언급하며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런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구조 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책임경영체계 구축, 조직문화 개선 등의 3대 경영 방침을 제시하고 "기존 사업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그룹의 유·무형의 자산 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종합유통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패션업체인 한섬과 가구 업체인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알짜기업으로 도약시켰고 이후 씨엔에스 푸드, 에버다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엔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부사장급 임원을 본부장에 앉혔다.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본부 단위의 전담 조직을 신설한 건 유통업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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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百 무역점 전경. ⓒ현대백화점
◇ 정지선 회장의 경영 능력 시험대로 떠오른 '면세점' 사업… 아직까지는 '불투명'
현대백화점그룹의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면세점 사업은 올해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엿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백화점 면세점 사업의 정상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 연말께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약 4200평) 규모로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오픈을 준비했지만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으로 면세점 사업이 갑작스럽게 위기에 처하면서 1년 이상 오픈이 연기된 것.
면세점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3대 명품 브랜드(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유치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엑스에 입점해있는 롯데면세점과의 경쟁에서도 현대면세점이 어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운영 노하우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대백화점이 어떠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모아지고 있다"며 "2000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 부담은 차치하고서라도 사드 후폭풍으로 인한 면세사업 리스크를 현대백화점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면세점 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인 동시에 정지선 회장의 경영 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동시에 엿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한 1조848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 늘어난 393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늘었지만 수년째 성장이 정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올해 면세점 사업에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