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0만 TEU 회복' 정부 5개년 계획 발표 임박 업계 "국적선사간 협업 필요" vs 현대상선 "준비 안 된 협력은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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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산업 재건이 딜레마에 봉착했다.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과 자생력이 결여된 협력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정부는 해운 재건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마련하는 가운데 해운업계의 이런 견해차는 현대상선 특혜 지원 논란을 부채질할 조짐이다.
5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달 중 해운업 재건을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부처 간 막바지 이견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로는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세계 5위 수준의 해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매출액 50조원 △안정적 화물 확보 △선박 확충 △지배 선대 1억DWT(재화중량톤수) △원양 컨테이너 10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등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올해를 해운업 부활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47만TEU로 줄어든 원양 정기선 선복량을 2022년까지 한진해운 파산 전인 100만TEU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해운 재건 정책을 두고 업계에서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2만2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4000TEU급 선박 8척 등 총 20척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현대상선의 몸집 불리기가 정부 지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견해다. 올 하반기 설립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정책자금 지원을 고려해 공격적인 선대 확충에 나선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도 세계 해운업 시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특혜 논란에도 한진해운 파산 이후 대표 국적선사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상선 육성에 일정 부분 치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는 그동안 특정 선사 중심의 해운정책은 수차례 실패를 맛봤다며 특혜 정책은 우리나라 해운업을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해운정책에 있어 다른 선사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동경영(조인트오퍼레이션)을 통해 국내 선사 간 협력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음 달부터 운항에 들어가는 일본의 원(ONE)을 의식한 의견이다.
일본 국적 원양컨테이너선사 NYK, K라인, MOL 등 3곳은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합병해 '원'을 설립하고 4월부터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는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은 선사 간 협력방안을 마련해 세계 해운시장의 대형화와 제한경쟁 흐름에 대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대상선 몰아주기 발상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구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등장했다. 지난달 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혈세 물 쓰듯이 하는 현대상선 작태를 고발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글은 현재 315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글에는 △과다한 회식비 사용 △팀별 두세 명의 서무계 직원 △떼거지 해외 출장과 함께 △다른 국적선사와 협업 거부 사례가 포함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현대상선의 국적선사 간 협업 거부와 관련해 원양선사끼리 협업하면 비용 절감 방안이 여럿 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의도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일본의 3사 통합(원) 사례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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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현대상선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국민청원에 대해 "직원 임금이 8년간 동결된 상태로 흥청망청 쓸 돈이 있으면 다만 얼마라도 월급을 올리고 싶다"며 "KDB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면서 파견 나와 있는 관리단에서 비용 등을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SM상선 등 다른 국적선사와의 협업과 관련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법정관리는 피해 살아남긴 했으나 자립을 위해 준비할 게 많다는 것이다.
선박 확충 계획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대비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SM상선과의 협업 거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다. 미주노선의 경우 SM상선이 국내로 들여오는 화물의 선복량이 20%가 안 되는 상황에서 설익은 협력은 운송비용 동반 하락 등으로 이어져 공멸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SM상선이 지난해 원양선사로 나서면서 운임을 5%쯤 내렸지만, 화주들 반응은 없었다. 한진해운 사태를 겪으면서 화주들은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다면 화물을 안정적으로 보내길 바란다"며 "문제는 SM상선과 노선을 공동운항하면 화주들이 운임을 덩달아 깎아달라고 할 게 뻔하다"고 부연했다.
공동운항을 위해선 까다로운 미연방해사위원회(FMC)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승인이 난다는 보장도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SM상선과의 협력이 비용은 줄이고 수요는 창출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견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데었던 외국 화주들이 언론 보도로 SM상선 측의 협력 제안을 접하자 '손잡을 거면 우리 화물은 SM상선 배에 싣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아직 해운시장에서 신뢰도가 약한 SM상선과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보다는 화주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여지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은 불확실한 협력을 도모하기보다 각자도생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 미래를 준비할 때라는 태도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익을 덜 보더라도 (SM상선과) 같이 할 순 있겠으나 지난해도 적자를 봤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게 많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