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브로드컴-퀄컴', 물고 물리는 M&A 가능성 고조퀄컴 의존도 높은 삼성, 브로드컴 인수합병 여부 촉각
  • ▲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텔, 브로드컴, 퀄컴의 인수합병 빅딜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SK하이닉스
    ▲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텔, 브로드컴, 퀄컴의 인수합병 빅딜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SK하이닉스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인텔, 브로드컴, 퀄컴의 물고 물리는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싱가포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브로드컴은 미국 퀄컴 인수를 타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무선통신칩의 강자인 브로드컴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원래 미국 회사였지만 2015년 싱가포르의 '아바고'에 인수돼 중화권 기업화됐다. 방위산업으로 성장한 퀄컴은 CDMA와 LTE 분야에서 특화기술을 갖고 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는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확대되면서 무선통신과 모바일칩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인텔이 해당 분야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브로드컴(무선통신칩)과 퀄컴(모바일칩)이 합병할 경우 시장질서는 급변할 수 있다. 인텔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추진에 적극 반대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대응책이 브로드컴에 대한 인텔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다.

    이들의 인수합병 소식에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인텔, 삼성전자와의 선두자리 다툼은 고조된다. 퀄컴이 브로드컴과의 합병에 적극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빅딜이 성사되면 삼성전자가 3위로 내려앉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서는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8배 이상 큰 비메모리에서는 격차가 뚜렷하다.

    더욱이 퀄컴의 의존도가 높은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브로드컴과의 합병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가 독보적인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사용한 7나노 LPP(Lower Power Plus) 공정을 도입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그동안 같은 중화권 업체인 TSMC에 칩 생산을 맡겨왔다는 사실은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퀄컴을 인수한 브로드컴이 퀄컴의 물량을 TSMC로 넘기거나, 가격을 후려칠 경우 삼성전자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긴장 수위는 한층 낮아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및 안보상 위협을 내세움에 따라 퀄컴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적대적 M&A를 선언했던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브로드컴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국익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독주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인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브로드컴 인수는 구체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 브로드컴과 퀄컴 모두를 인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득실을 따지기 힘들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입장에서는 반도체업계의 빅딜이 긍정적이진 않다"며 "반도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