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의혹' 박 전 사장, 지난해 8월 불명예 퇴진사장추진위, 박근혜정부 인사 여전… 멤버교체 시급내부출신 선임 미지수… 산은, 본부장급 임원 사표수립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새사장 선임작업에 들어갔다. 반년 이상 공석이었던 데다 현안 해결과 포트폴리오 재편이 목적이다. 문제는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리스크도, 내부승진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조건 등을 수립해 그에 맞는 인사를 자리에 앉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신임사장 선임작업에 들어갔다. 전문 헤드헌팅사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차기사장을 찾고 있다.

    산은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대우건설 신임CEO 선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출신을 가리지 않고 전문 헤드헌팅사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병행해 CEO후보 적격자를 발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 선임될 CEO는 현안인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장선임은 지난해 8월 '최순실 낙하산' 의혹을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한 박창민 전 사장 후임을 뽑는 작업이다. 지금은 산은출신인 송문선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사장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은은 송문선 CFO 대행체제를 매각 전까지 유지하려고 했지만, 올 초 매각이 불발되면서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후임사장 선임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차기사장에 조직쇄신을 꾀하면서도 안정화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 내부출신 '대우맨'을 선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지만, 산은이 최근 유력 차기사장 인사로 거론되는 본부장급 임원 절반을 내보내는 보직인사를 단행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문제는 대우건설 차기사장 선임을 일선에서 좌우할 사추위가 박근혜정부 시절 사외이사로 다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추위는 대우건설 사외이사와 산은인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후보를 공모하는 동시에 헤드헌터 추천을 받아 이들 후보를 중심으로 검토 및 논의를 거쳐 한 명을 추린다. 그 후보를 두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면 이사회에서 추대해 확정하는 구조다. 사장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사추위 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추위 멤버가 될 수 있는 사외이사 중 일부가 박 전 사장을 선임할 때도 사외이사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 전 사장을 선임했던 사추위는 당시 '불투명한 선임과정'으로 의혹을 키운 바 있다.

    기존 채용 룰을 굳이 바꾸면서까지 박 전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는 점이 첫 논란거리였다. 무엇보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대우건설에 해외경험이 전무한, 그것도 대우건설보다 몸집이 작은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을 영입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박 전 사장이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역임한데다 정치권과도 인연이 있는 등 등 정·재계 발이 넓다는 점에서 낙하산 의혹을 키웠다. 더군다나 대우건설이 외부인사를 사장자리에 앉힌 것은 박 전 사장이 처음이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자 대우건설 노동조합에서는 산은과 사추위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적법한 사장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지속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많은 의혹과 반대에도 자리에 오른 박 전 사장은 결국 1년 만에 '낙하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드러났다. 박 전 사장 사임 이후 해외현장에서 3000억원의 손실이 터진 것이다.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2016년 4분기 연결 기준 잠재 손실을 선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 7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만큼 거듭 불거진 해외사업 부실에 매각까지 불발됐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해당 손실 이후 인수를 포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산은이나 사추위는 박 전 사장이 해외건설 경험이 없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며 "그런데 결과가 어떤가. 감사의견 '거절'로 우려되는 잠재손실을 다 털었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매각마저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상 첫 외부인사 사장 선임에 실패한 사추위가 다시 사장 선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면, 대우건설의 '흑역사'가 재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인사 승진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단 앞서 사실상 사장선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진행된 본부장급 임원인사를 통해 유력 사장후보로 점쳐지던 이훈복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이 '아웃'됐다. 이훈복 전무는 대우건설 임원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던 인물로 꼽힌다. 산은이 대우건설 임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도 차기사장 후보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무가 나가면서 김창환 주택건축사업본부장(전무)이 유력한 차기사장 후보로 급부상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환 전무 역시 같은 설문조사에서 이 전무 못지않은 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문인 주택건축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내부지지의 핵심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은이 대우건설 내부인사에게 사장을 맡길 지는 미지수다. 김창환 전무 역시 주택부문 전문가인 만큼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은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중견건설사까지 득세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며 "업계 3위인 대우건설의 경우 앞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천억원 해외손실도 있는 만큼 해외에 산적한 프로젝트들을 해결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적임자 발굴이 필요한 때"라며 "이전 사장처럼 국내 주택사업만 아닌, 국내외 경험이 풍부한 수장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재매각을 염두에 둔다면 내부인사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대우건설 내부와 노조 등의 불만을 보듯 단순히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주체를 새 주인으로 원하고 있지 않다"며 "내부 인사가 자리하게 된다면 실리는 물론, 명분까지 도모할 수 있는 인수자를 원하게 돼 또 다시 논란이 되거나 절차가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내부인사를 선임하려고 했다면 굳이 외부 헤드헌터에 용역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노조 측은 "이번 사장선임 절차는 선임과 관련해 일정 및 명단을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 줄 것을 산은에 요청했다"며 "내·외부 인사를 떠나 대우건설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인사가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아직 사장 선임과 관련한 정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직원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유능한 인사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이번 사장선임 절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추위 구성과 공모여부 등도 논의 중이다.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6월 초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