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공단 출범… 민간지원 'OK' 직접투자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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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부실의 늪'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한국광업공단(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광물공사를 현 체제로 존속하면 향후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3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제6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보고·확정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8일 제4차 공운위에서 '광물공사 진단 및 처리방향'을 보고한 바 있으며, 그간 공운위 기능개선 소위, 정책자문단 논의,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마련했다.

     

    자원개발과 광업육성 사업을 하는 광물공사와 폐광복구·지역진흥 사업을 하는 광해공단은 모두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광해공단은 강원랜드 대주주로 1조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비축하고 있는데 '광물공사 살리기'에 이를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광물공사는 2008년 5000억원이었던 부채 규모가 2016년 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누적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883억원이지만 이미 3조7046억원의 사채를 발행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볼레오·암바토비 등 대규모 사업의 무리한 투자와 건설·생산 지연에 따른 투자비 급증과 수익 창출 지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누적 회수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총 투자액(5조2000억원)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확정된 누적 손실액만 19억4000만 달러(약 2조669억원)로 총 투자액의 41%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수립했고, 광물공사는 자산매각과 조직·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을 이행 중이다. 하지만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지연, 주요 사업의 생산 정상화 지연으로 인해 자본잠식 확대 등 경영개선 성과가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통합해 '광업공단'을 신설하면 광물공사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고, 광업 탐사·개발 기능(광물공사)과 폐광지역 지원 기능(광해공단)이 합져져 '전주기 광업 프로세스'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절차는 통폐합과 해외자산 매각 등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광물공사를 없애고 자산·부채·잔존기능을 광해공단으로 이관해 '광업공단'를 만든다. 광업공단은 해외자산계정 등 별도계정을 만들어 광물공사로부터 승계한 해외자산과 부채를 관리한다.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할 때 토지비축법에 따라 토지은행 계정을 별도로 만들었던 방식과 유사하다.

     

    통합기관은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인력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해외자산 매각이 끝날 때까지 단계적으로 인력조정을 추진하되 세부 방안은 통합추진단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인력조정방안으로는 △통합기관 설립 후 신규채용 중단·명예퇴직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조직 확대를 통한 전환 배치 △해외자산 매각시 고용승계 조건부 매각·전직 지원 등이 포함됐다.

     

    양 기관의 사업조직은 유지하되 경영·기획 등 공통조직은 통합한다. 광물공사의 해외자원본부는 해외사업합리화본부(가칭)로 개편해 해외자산의 유지·관리 업무를 한시적으로 수행한다. 해외자원개발TF 활동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과 책임소재 등을 감안해 인력 및 조직 조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해외자산은 전부 매각을 원칙으로 세웠다. 다만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 국내 금속광물 수급의 안정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은 국내 기업에 우선 매각하는 것을 고려한다.

     

    자산관리와 매각의 전문성·책임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심의·의결기구로 산업부에 해외자산관리위원회(가칭)를 설치한다. 통합기관이 승계받은 해외자산의 매각 업무를 자산관리공사가 대행하는 식이다.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 중 직접투자는 폐지하고 민간지원 기능만 남긴다. 이를 위해 통합기관의 법률상 사업범위를 기존 '해외 광물자원 탐사‧개발'에서 '보유중인 해외자산의 유지·관리 및 처분'으로 변경한다. 해외자원개발 TF는 민간 주도의 해외자원개발 정책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제6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조달청과 광물공사로 나뉘어있던 금속광물 비축기능도 일원화하는 조정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 4차 산업혁명 등 환경변화를 반영한 핵심 광물(니켈, 코발트, 리튬, 희토류 등) 중심의 비축광물 종류 선정 및 비축물량 검토 등이 이뤄진다.

     

    정부는 통폐합과 기능조정을 위해 광업공단법(가칭)을 제정하고 광해방지법을 개정하는 한편 광물공사법을 폐지한다. 정부는 법률 제·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법안 발의할 계획이다.

     

    또, 광해공단이 주도하는 통합기관 설립추진단을 다음달 안에 구성키로 했다. 이인호 산업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에너지산업정책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광해공단‧광물공사 임원 및 민간 전문가, 자산관리공사 등이 참여한다.

     

    통합추진단은 통합기관법령 검토 및 입법지원, 통합기관의 비전 및 경영전략 수립, 조직‧정원 설계, 재무‧예산‧회계 통합, 각종 규정정비 등 양 기관의 통합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준비작업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