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조2287억원…패션업계 1兆 클럽 가입
초기 부진 딛고 통큰 투자 전략 주효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기업 한섬의 성장세가 무섭다.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오히려 덩치를 키우는 '역발상'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2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6%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패션업계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올해로 설정한 1조원 돌파 시기도 1년 앞당겨지게 된 셈이다. 

한섬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를 제치고 이랜드그룹,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어 패션업계 4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한섬의 호실적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그룹의 패션부문을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시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기존의 유통사업과 함께 패션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했다. 

2012년 한섬 인수 초기만 해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 몇 년 전 부터 그룹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정상괘도에 올려놓았다는 평이다. 한섬은 인수 당시 2012년 매출이 4964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 5100억원, 2015년 6168억원, 2016년 71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6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약 3000억원 가량에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외형 확장만이 아니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오브제·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는 물론 특히 캘빈클라인 등 수입브랜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 ▲ 시스템옴므 매장 전경ⓒ현대백화점그룹
    ▲ 시스템옴므 매장 전경ⓒ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한섬을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한다는 목표다. 

    김형종 한섬 대표는 지난 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대해나가고 한섬의 시장 커버리지와 매출 볼륨 성장을 위한 유통확대를 다각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국내에서는 한섬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내실화에 집중한다. 한섬의 일부 부진한 수입 브랜드는 정리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를 가져오는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이다.

    한섬은 지난 달 남성복 브랜드 일레븐티와의 판권계약을 종료했고 구두 브랜드 지미추도 지난해 11월 정리했다. 이어 랑방스포츠 등 올 연말까지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더캐시미어와 액티래트바이티 육성에 분산된 힘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동시에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한섬은 지난해 상반기 시스템과 시스
    해도 패템옴므를 비롯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인 더캐시미어를 중국과 대만에서 판매하는 등 중화권 공략이 본격화했다. 

    시스템·시스템 옴므를 프랑스 대표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하고 글로벌 브랜드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증권가 등에서는 한섬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948억원, 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7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사업부의 순조로운 성장세에 SK네트웍스 부문의 실적이 더해져 향후 전망이 기대된다는 해석이다.

    조경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브랜드 로열티,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재정비 효과로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