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순익, 적자전환… 매출도 역성장을지빌딩 매각 착수… 신사업도 제자리
  • ▲ 서울 중구 소재 부영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부영 본사. ⓒ성재용 기자


    부영그룹이 재계 16위까지 끌어올린 임대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와 이어지는 민원 탓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영업성적 부진에 재무안전성까지 흔들리면서 보유했던 오피스빌딩 매각에 나섰으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하던 신사업들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수도 오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작금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장 구속과 실적 악화, 집단민원 등으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민간기업의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영 고위 관계자는 "최든 임대료 상한선, 신고방법 등에 대한 법 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집단민원 소송도 많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지난 35년간 해 온 임대주택사업 성과를 인정해주기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사회 분위기도 형성돼 있어 철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공기금인 주택도시기금을 저리 대출받아 임대사업을 하면서 매년 법정 최고 인상률(연 5%)로 임대료를 인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부실시공, 이중근 회장의 배임·횡령 등이 겹치면서 비난 여론이 더 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공급된 부영아파트에서 하자가 대량 발생하자 특별점검과 선분양 제한 등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국토교통부도 부영주택의 12개 단지를 특별점검했고, 지난 2월 벌점 9점과 3개월 영업정치 처분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도 압박을 더하고 있다.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의 대표발의로 건축법 등을 위반해 하자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에게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른바 '부영법'이다.

    상황이 이렇자 부영은 분양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경산시 사동의 임대예정 단지를 분양으로 전환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사동에 확보한 나머지 사업부지와 전남 여수시의 임대예정 사업지도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영은 국내 최대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다. 부영이 사업을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지은 아파트는 모두 26만5000여가구로, 이 중 80%가량이 임대아파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2개 단지에서 8만6515가구의 임대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 저하도 철수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영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분양전환하면서 이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분양전환 주택이 2016년 9500가구에서 지난해 380가구로 크게 줄었다.

    그러면서 부영주택은 지난해 영업손실 1555억원과 순손실 234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적자전환한 것으로, 같은 기간 매출도 1조5596억원에서 8981억원으로 42.4% 급감했다.

    부영주택의 영업적자는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2011년 부영주택은 영업손실 524억원·순손실 25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액도 설립 이듬해인 2010년 8867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재무건전성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초 매입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1년여 만에 되파는 배경이 됐다. 빌딩 등 부동산자산 매각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이 흔히 선택하는 옵션 중 하나다.

    최근 부영은 지난해 사들인 부영 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주간사 선정 작업에 나섰다. 을지빌딩은 지난해 초 부영이 삼성화재로부터 438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부영은 세종대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 이어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까지 사들이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부영주택의 유동비율은 377%에서 348%로 29.4%p 악화됐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 역시 4474억원에서 3476억원으로 22.2%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347%로, 전년 290%보다 56.8%p 상승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주요 28개사 평균 부채비율 145%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 측은 "지난해 분양물량이 없었던 것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앞으로 임대주택 전망이 불투명한 것을 감안해 선제적 조치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매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영이 추진하던 사업다각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부영은 레저·관광 사업을 신사업으로 밀고 있다. 하지만 7200억원을 들여 인천 연수구 동춘동 일원에 조성하는 송도테마파크가 최근 인천시와 갈등을 겪으면서 지연되고 있다. 인천시가 실시계획 인가 효력 정지를 발표하면서다.

    레저·관광사업은 현금창출력이 큰 사업이다. 무엇보다 개발사업을 통해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고 이를 유지 관리해 이익을 벌어들이며 인근 땅값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임대주택사업과 성격이 비슷하다. 업계에서도 부영의 레저·관광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정작 첫 삽조차 퍼 올리지 못하는 꼴이 됐다.

    또 다른 신규 사업인 오피스 임대 역시 마찬가지다. 부영은 2016년부터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송도국제도시 포스코건설 사옥 등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오피스 임대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 건물 모두 공실률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을 벌이면서 순항하던 부영이 이중근 회장의 구속 기소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며 "신사업인 오피스 임대와 레저 사업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 제2의 임대주택사업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겠지만, 시장 침체와 인허가 이슈 등으로 오히려 회사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회장 직무대행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명호 신임 회장은 건설이나 주택임대업 등 부영그룹 계열사가 영위하는 주요 사업 분야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상 이중근 회장 1인 기업으로 운영되던 폐쇄적 이미지가 짙은 부영그룹을 직무대행 체제라는 분명한 한계점에서 무기한 이끌어 가야하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이 평도 있다.

    이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