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여전히 배달의 민족 광고 캠페인은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가 진행하는 광고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질문이나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배달의 민족이 기획하고 제작한 광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재미있기도 하고 매우 전략적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이래저래 공감되는 메시지들을 유독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일종의 사이다 같은 느낌을 제공할 때도 있다는 칭찬도 꽤 많이 접했다.

    배달의 민족 광고를 주제로 논의하며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가 ‘B급’ 이다. ‘B급 감성’ 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고, 대놓고 ‘삐~’ 급이라며 약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들도 더러 발견된다. 배달의 민족 광고 캠페인을 B급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광고 이외의 장르에서 B급으로 주목받는 사항들을 함께 곁들여 설명하기도 한다. 유병재 라는 방송인의 활약성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저 멀리 싸이의 대박 사건들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쿠엔틴타란티노 등 당대의 일탈로 비추던, 하지만 사랑받았던 장르적 영화들도 B급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다. 어쨌거나 B급에 대한 토론은 항상 재미있는 편이다. 외국에서 B급, 즉 Grade B로 분류되어 소수의 대중들에게 전달되던 저예산의 창작물에서 비롯되었다는 정보도 논의의 단골이다.

    그런데 이 같은 논의들을 즐기다가 가만히 생긴 의문 하나는, 고전적인 B급의 정의는 알겠으며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지만, 최근의 구체적인 실제 사례로 언급되는 문화 콘텐츠들은 실상 ‘B’라고 성적을 무턱대고 매기기에는 꽤나 방대한 대중성과 퀄리티, 지속적 가치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위에서 예로 든 핫 콘텐츠들에 대하여 ‘B’ 라는 가치성 개념을 부여하며 자칫 폄하할 가능성도 있겠구나 라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전통적이고, 고전적이고, 관습적이고, 일정 부분 비합리적인 서열식 표현인 ‘B’에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확신이었다. 어디선가 ‘B급은사실 상 A 바로 다음’ 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항이지만 알아채지 못한 개념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특정 시점에서 A급 혹은 초 A급 등으로 분류되는, 즉 절정의 퀄리티와 절대다수가 인정하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정도의 콘텐츠는 아닐지라도 거의 그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특성이 바로 ‘B급’ 이라 불리는 콘텐츠들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광고 이야기로 돌아오면, 위에서 사례로 언급했던 배달의 민족 광고들은 전 국민 모두가 계층의 구분 없이 너무나 쉽게 엄지척을 외칠 수 있는 명분을 보유한 캠페인은 아닐지라도, 주요한 타겟층에게는 거의 그 수준에 육박하는 사랑과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소위 Grade 측면에서의 B에서 자유로워지면, B는 실상 Best, Better, Bravo, Brilliant 등 참으로 좋은 의미들이 재밌게 모여 있는 개념이라 해도 무방하지 싶다.

    음식을 시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하나하나 만들고 차려서 먹을 수는 없지만 푸짐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먹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영숙아 너는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박수칠 때 회 떠놔라” “자장면 식히신 분, 혼나야 겠네” 등등의 솔직함과 발랄함을 전달하는 그들은 참으로 강력해 보인다. 등급으로서의 B가 아닌, 감성으로서의 B급은 매우 강력하다. 광고계에서도 여러 차례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