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 병행하는 워킹맘 ‘단축근무제’로 2세 계획눈치보느라 퇴근 못하던 신입사원도 ‘칼퇴’ 후 자기계발주요 증권사, PC오프제‧단축근무 등 선제적 조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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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가상으로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공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 30대 중반의 ‘워킹맘’ A씨는 서울 여의도 소재 한 대형 증권사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까지 잦은 야근과 회의, 회식 등으로 제 시간에 퇴근한 날이 손에 꼽혔다. 

    특히 육아휴직 기간 3개월을 마치자마자 바로 현업에 복귀한 A씨는 저녁시간 후 육아 도우미가 퇴근하면 아이를 봐 줄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남편과 교대로 서둘러 귀가하지만 업무가 많아 눈치를 보기 일쑤였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예정으로 A씨의 저녁시간은 한결 여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오후 5시가 되면 PC가 강제 종료된다는 것이다. A씨가 근무하는 부서에서는 오전 8시 출근과 5시 퇴근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수요일, A씨는 오후 중에 급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한다. 예전 같으면 저녁 6시가 넘어도 야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먼저 퇴근하기 눈치가 보여 남은 업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키는 순간 “직원 여러분, 오늘은 오후 5시에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라는 사내 방송과 함께 안내 메시지가 송출되며 PC가 자동 종료된다. 사무실 내 조명도 강제 소등된다.

    이에 따라 A씨와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5시 ‘칼퇴’를 할 수 있게 됐다.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만나 함께 귀가를 하고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 도입된 탄력근무제로 A씨는 선택한 요일에 한해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할 수도 있다. 덕분에 A씨는 그간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워 망설이고 있던 둘째 계획을 세우게 됐다.

    #. 20대 후반의 신입 증권사 직원 B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글로벌 IB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인 B씨는 5시에 퇴근하는 요일에 맞춰 외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이전 같으면 신입사원의 처지에서 잡무를 처리하거나 회식 등으로 매번 막차가 끊길 때 퇴근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퇴근시간이 일정하기 때문에 학원 출석, 운동 등 규칙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좋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 사무실의 불은 빨리 꺼지는 반면 어학원, 헬스클럽 등에는 이전보다 수강생이 늘어 더 환해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증권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여러 제도를 자체적으로 도입,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워라밸)’ 개선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증권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한은 내년 7월까지로 유예된 상태다. 그러나 기존에 시행하던 워라밸 관련 제도 확대 및 신규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분위기다.

    먼저 미래에셋대우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준비하는 그룹 TFT를 구성, 오는 7월부터 파일럿 형태로 직무별로 차별적인 유연 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 도입에 나선다.

    KB증권도 이달부터 일정 근무시간이 지나면 PC 시스템이 자동으로 종료되는 ‘PC 강제종료제’를 시범 운영한다. 부서별 근무 시간은 협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도입되며 통상 오후 5시를 기준으로 퇴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확대하며 난임휴직 등 ‘워라밸’ 관련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부터 도입해 왔던 PC 오프제를 계속 실시 중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기존 격주로 운영되던 5시 퇴근제를 매주 금요일로 확대 실시했다.

    삼성증권도 주 52시간제 도입 유예기간 중 PC 오프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5시 퇴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주 수‧금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운영해 5시에 퇴근하며 일부 출근이 이른 부서는 4시 퇴근도 허용하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PC가 종료되며, 퇴근이 이뤄지고 있는지 사무금융노동조합원들이 점검에 나선다. 위반시 부서장이 징계를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운영해 정장 대신 세미 캐주얼을 입도록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매주 금요일을 ‘야근없는 날’로 운영해 업무상 특별한 사유가 있는 부서 외에는 5시에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업무가 많은 날에는 강제퇴근 시스템이 부담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아직 시범기간인 만큼 부서, 직무별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며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