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물량 대부분 B2B, 계약조건 모두 달라 획일화 불가능""
  • ▲ 택배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관 없음) ⓒ 뉴데일리 공준표
    ▲ 택배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관 없음) ⓒ 뉴데일리 공준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배요금 신고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는 택배시장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택배요금 체계 변경과 관련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월 입법 예고했다. 업체 측이 택배 원가를 산출해 적정 요금을 국토부에 신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국토부는 신고제 도입으로 적정 택배 요금과 업체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론 현재 건당 700~800원의 수수료를 받는 택배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택배업계는 시장의 특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연간 23억 건에 달하는 택배의 무게와 부피, 배송 거리가 모두 제각각이라 표준화된 단가를 책정하긴 어렵다는 주장에서다.

    국내 물량의 대부분을 B2B 택배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인터넷 쇼핑몰 등 사업자와 택배사 간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B2B 택배는 단가에 계약 기간, 물품 특성, 물량 등 다양한 조건을 반영한다. 상자의 무게, 부피만을 고려한 체계론 책정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소비자끼리 주고받는 B2C 택배의 경우 규격에 따른 요금 표준화가 수월하지만, 화주와의 계약 조건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B2B 택배엔 적용되기 힘든 개념”이라며 ”화물의 종류, 물량, 계약 기간 등의 조건으로 업체마다 단가를 책정하고 있어 표준화 기준을 만드는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고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저단가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타사 신고 단가보다 더 낮은 요금을 화주 측에 제시해 물량부터 확보하려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고 단가를 책정했다 해도, 물량 확보가 우선인 업체 측에선 타사 신고 금액보다 더 낮춰 입찰에 참여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경우 택배기사 근무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며,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택배 단가 하한선을 규제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도입 전 업체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각 택배사에서도 자체 요금표를 바탕으로 단가를 결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렴하는 선에서 운영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물품에 대해 요금을 강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규격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엔 업체 의견과 외부 기관의 자문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며, 신고 가격 자체는 업체에 모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산업의 특성과 물품의 다양성으로 인해 신고제 도입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면서 "현재는 택배기사 처우 개선 등 전반적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입의 타당성만을 논의해야 하며, 물품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추후 예외 규정 등을 통해 관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