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철수하며 임시봉합… 대리점 "엘리베이터 없으면 배송거부 여전"온라인쇼핑 늘어 물동량 年 10%씩 증가… 택배단가는 5년 새 10% 내려물류업계 "B2B 입찰에 '단가 하한제' 도입 필요… 노조-대리점-업체 한목소리 내야"
  • ▲ 분류수수료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 뉴데일리 공준표
    ▲ 분류수수료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 뉴데일리 공준표

    국내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택배지연 사태가 봉합되는 분위기다. 다만 미봉책이라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택배 분류수수료에 대해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 이견은 여전하다. 택배노조가 합법적인 노조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택배파업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註>

    영남지역에서 시작돼 수도권까지 번진 택배대란이 일단락된 듯하다. 분류수수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택배노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지난 21일 대리점연합회와 '정상배송'을 합의했다.

    24일 현재 대리점연합회는 노조와의 합의 내용에 따라 본사 대체인력을 영남지역에서 철수했고, 노조원은 해당 지역의 물량을 처리 중이다. 배송 정상화는 지난 19일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이 만나 양측 중재에 협의한 후 급물살을 탔다.

    노조와 대리점 간 갈등의 핵심은 배송업무 전 진행하는 분류 작업이다. 통상 택배 기사들은 배송 시작 전 지역 터미널에서 본인 구역에 해당하는 상자를 분류해 싣는 작업을 거친다.

    대리점과 본사는 이 과정을 배송업무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이를 분리해 분류에 대한 대가가 따로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각차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이번 갈등이 일단락됐더라도, 분류수수료와 관련해서는 대리점 측과 교섭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배송업무에 포함이 되냐, 안 되냐를 두고는 대리점연합회와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태"라며 "추후 교섭방향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리점 측은 노조와의 합의 후 입장이 더 곤란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합의에 따라 파업 대체인력을 철수했지만, 특정 상황에서의 배송을 거부하는 노조의 태업이 여전해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연합회가 언급한 사례는 편의점 택배 수거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층 빌라로의 배송 거부다.

    연합회 관계자는 "파업 철회, 정상배송 선언 후 대체인력을 철수하고 노조원에 물량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고층빌딩 배송 거부 등의 태업"이라며 "노조가 언급했던 신의와 성실 원칙이 이로 인해 어긋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소고발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분류수수료 갈등… 해법은?

    분류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도 광주지방법원에서 분류수수료 지급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택배기사가 지역대리점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대리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택배기사와 대리점 간 운영약정 체결 이후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이의제기가 없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판결은 법원이 면밀히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며 "2011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했으나 현재는 2011년과 비교해 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 당시의 분류작업 환경과 매우 다르다"고 주장했다.

  • ▲ 2017년 분류수수료 관련 광주지방법원 판결문ⓒ
    ▲ 2017년 분류수수료 관련 광주지방법원 판결문ⓒ

    분류수수료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이 매년 낮아지고 있는 택배 단가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택배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는 반면 택배 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어 택배 노동자가 수익을 더 올리려고 분류수수료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견해다.

    국내 택배 평균 단가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평균 단가는 2248원으로 2016년 대비 3%쯤 하락했고, 이는 역대 최저치다. 2011년 2500원대였던 단가는 2013년 2400원대, 2015년 2300원대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인터넷 쇼핑 증가 등으로 물동량이 매년 10% 이상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물동량은 약 23억 상자로 전년과 비교해 약 13% 늘었다. 2016년 20억4000만 상자, 2015년 18억1500만 상자로, 각각 전년대비 12%와 11% 늘었다.

  • ▲ 택배 평균 단가, 물동량 증가 추이 ⓒ 한국통합물류협회
    ▲ 택배 평균 단가, 물동량 증가 추이 ⓒ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 사업의 모델이 됐던 일본의 경우 거리, 제품 특성에 따라 요금을 높여 받는 할증제도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차이로 같은 물건을 같은 거리로 배송했을 때, 한국과 일본의 요금 차이가 2~3배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택배 단가 현실화와 같은 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업체가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택배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B2B(기업 고객-택배사 간 거래) 물류의 경우 각 택배사의 입찰을 통해 계약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택배사는 경쟁사보다 낮은 단가를 부르게 되고, 이로 인해 단가는 매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노조가 '택배 단가 하한제'와 같은 제도 마련을 주장하는 게 더욱 생산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사업자의 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노조가 대리점, 본사와의 갈등 관계를 갖기 보단 같은 편에서 요금 현실화를 주장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B2B 계약물류 입찰 시 제시가를 규제하는 '단가 하한제' 마련 등을 국토부 등 관련 부처에 요구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분류수수료의 경우 일본 등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