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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오·제약 업계를 둘러싼 악재에 회계처리 테마 감리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거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국내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바이오 기업의 옥석을 가리고, 유망한 바이오 기업에 대해 조명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SK바이오팜은 아직 상장을 앞둔 비상장사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모회사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가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에 입사해 눈길을 끌었다.
◆ IPO 무대는? "소문은 무성하나 확정된 바 없어"
시장의 관심을 반영하듯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 무대에 대해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지난 2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나스닥(NASDAQ·미국 장외 주식 시장) 직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분위기다. 상장 시기는 내년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라 다양한 얘기가 도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아직 검토 중이고, 확정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부터 SK그룹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사업의 일환으로 혁신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11년 4월 SK(주)의 '라이프 사이언스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되면서 출범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853억1607만원 규모다.
통상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이 임상 1~2상까지 수행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과 달리, SK바이오팜은 후기 임상시험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약개발,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뇌전증, 수면장애, 조현병, 파킨슨병, 조울증 등 주로 중추신경계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 중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은 지난해 12월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해당 물질은 수면 장애 치료제 시장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자이렘'을 판매하는 재즈사와 공동 개발했다. 솔리암페톨은 이르면 내년 초 미국 시판이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판권을 보유한 재즈사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이 직접 임상 3상까지 수행한 뇌전증 치료 신약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도 주목할 만하다.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장기 복용 시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17개국의 12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장기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글로벌 시장 1위 품목인 '빔팻'과의 경쟁이 기대된다. 뇌전증의 3세대 치료제인 UCB사의 빔팻(Vimpat)은 출시 이후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약 1조1000억원의 매출을 남겼다.
세노바메이트는 6일 현재 임상 3상을 완료한 상태이며, 올 하반기에는 FDA에 시판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 SK바이오팜 기업가치 5조원대 추정… SK(주) 자금력 '든든'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지난 5월 솔리암페톨의 가치를 7760억원,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를 3조9920억원으로 산정해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를 5조268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1분기말 SK바이오팜의 장부가액 4787억200만원의 11배에 이르는 수치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파이오팜의 경우 아직 비상장사로 각각의 파이프라인에 대해 알려진 것들이 많지 않거나 초기 임상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이 많으므로 임상 2상 이전 단계에 있는 물질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약 3000억원의 가치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증권가의 기대감에 비해 아직 SK바이오팜의 실적은 미흡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분기말 당기순손실 943억79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순손실(984억5300만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SK바이오팜의 순손실은 지난 2016년 264억1100만원에서 지난해 984억5300만원으로 272.77% 증가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연구·개발(R&D) 회사이고, 제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손실은 무의미하다"며 "SK바이오팜은 개발 중인 약만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SK바이오팜의 가파른 순손실 증가세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비용이 증가한 탓으로 보인다. 또한 제품 개발에 10년 이상의 시간과 많은 투자를 요하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도 분석된다.
바이오 기업들이 겪는 주된 위험부담은 장기간 신약 개발 기간로 인해 자금난이 겹치기 쉽다는 데 있다. 다행히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순조롭게 신약 개발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 생물학 박사로, SK(주)의 신약새발사업부장(상무)를 거쳐 지난 2016년 SK바이오팜 신약사업부문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지난해부터 SK바이오팜과 미국 법인 'SK 라이프 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데다 신약개발 전문가를 sk바이오팜 수장으로 선택하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