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체외진단기업체 넥서스 매각...5년새 인수한 의료기기업체 대부분 정리영상진단·초음파기기 사업 집중...시장 지위 높이기 나서
  • ▲ 크리스탈라이브 영상처리엔진 적용된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WS80A'ⓒ삼성전자
    ▲ 크리스탈라이브 영상처리엔진 적용된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WS80A'ⓒ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에서 몸집을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꼽힌 이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던 것과 달리 최근 5년 사이에는 인수했던 업체들을 대부분 처분했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일자로 미국 인체용 체외진단기업체 넥서스(NexusDX, Inc.) 지분 전량(100%)을 매각했다. 넥서스의 매각 직전해 자산규모는 60억 원 수준으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넥서스 매각으로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을 시작하며 인수했던 업체 중 2곳을 남기고 모두 정리됐다. 삼성메디슨으로 활용되고 있는 옛 메디슨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2013년 가장 마지막에 인수한 미국 CT 전문업체 '뉴로로지카(NeuroLogica Corp.)'뿐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의료기기를 선정하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의료기기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만큼 유망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들을 M&A하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의료기기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된 해 디지털 엑스레이업체 '레이'를 시작으로 삼성벤처투자 펀드를 활용해 총 4곳을 인수했다. 2011년에는 현재 삼성메디슨의 전신인 '메디슨'을 인수했고 이번에 매각한 '넥서스(전 나노젠)'도 이때 인수했다. 이후 뉴로로지카를 마지막으로 의료기기업체 M&A는 멈췄다.

    대신 의료기기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메디슨의 사명을 삼성메디슨으로 바꾸고 초음파 진단기 사업에 집중하게 됐고 메디슨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법인들을 대거 정리했다. 삼성전자가 해외법인과 판매망을 촘촘히 보유하고 있어 의료기기 유통도 겸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사들였던 의료기기업체들도 처분했다. 가장 먼저 인수했던 '레이'를 다시 국내업체 한 곳에 매각했고 이번에 매각된 넥서스의 전신인 '나노젠'은 청산절차를 밟았다. 나노젠에서 남겨진 몇 사업부문이 모여 넥서스라는 회사로 새로 꾸려진 것도 이때다. 대부분은 기술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지만 누적된 영업손실을 메우지 못하며 고전하다가 삼성 품을 떠났다.

    이번에 매각된 넥서스의 경우 인체용 체외진단기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업체라는 점에서 기존에 처분된 업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이 의료기기사업에서 더이상 확장 전략을 펼치지 않고 경쟁력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그룹에서 의료기기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의 역할은 각기 다르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엑스레이나 MRI, CT 등의 영상진단기에 특화해 사업을 육성하고 있고 삼성메디슨은 인수 당시부터 강점이 있었던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남아있는 자회사 뉴로로지카 또한 CT로 미국 의료기기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성이 다양한 의료기기 분야 중 영상진단기기와 초음파 진단기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최근 삼성그룹은 '4대 미래성장사업'을 발표하며 AI와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을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과거 신수종사업으로 꼽혔던 의료기기사업이 이번 미래성장사업에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M&A 등을 통한 사업 확장보다는 전문성 있는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 지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