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찔끔 인하 그쳐일자리안정자금 신청조건·카드 의무수납제 등 요구 반영 안 돼
  • ▲ 폐업.ⓒ연합뉴스
    ▲ 폐업.ⓒ연합뉴스
    정부가 백화점식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제의 핵심은 피한 채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다. 후하게 쳐줘야 40점에 그친다는 반응이어서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2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인상, 카드 수수료율 인하, 부가가치세 면제대상 확대 등이 뼈대를 이룬다.

    일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학계 전문가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김대준 이사장은 "영세 농산물의 의제매입 세입공제 확대 등 일부 사안은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신고분부터 내년 말까지 영세 음식점이나 중소기업이 농·축·수·임산물을 살 때 받는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를 35~60%에서 40~65%로 5%포인트(P)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나머지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공수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단순히 금액만 2만원 올렸다. 지금도 영세 소상공인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신청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식사비, 교통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이런 부분을 포함하면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수 없다. 금액기준을 230만원쯤으로 올리든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에 포함되는 부분만 반영하든지 해야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3~4년 전부터 인하 요구가 있었던 부분으로, 최대 1.2%P 내려봐야 여전히 2.0% 수준이어서 큰 도움이 안 된다"며 "무엇보다 이런 대책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말미암은 문제 해법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저임금 대책에 정작 중요한 업종별 차등적용 등은 빠졌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서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대규모 생존권 사수 집회를 의식해 생색내기 대책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현재의 고용절벽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는 식의 억지를 더는 쓰지 말고 불합리한 것은 제도 개선을 통해 고쳐나가려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 식자재값, 인건비 상승으로 안주류도 인상.ⓒ연합뉴스
    ▲ 식자재값, 인건비 상승으로 안주류도 인상.ⓒ연합뉴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이번 대책을 '인스턴트 식품'에 비유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문제인데 카드 수수료를 찔끔 내려주고 생색을 내려 한다"면서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카드 수수료 문제를 논하려면 과거 대기업의 로비로 만들어진 카드 의무수납제를 없애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상공인이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이 지회장은 "이번 대책을 만드느라 수고했을 공무원을 생각해도 40점을 줄까 말까"라며 "공무원이 현장 물정을 모른 채 대책을 만들다 보니 올해보다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장의 생산성·성장률은 고작 2~3% 수준인데 인건비만 대폭 올려놓으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식당에서 부정기적으로 쓰는 아주머니는 수입이 줄어드니 4대 보험 가입을 꺼린다. 이 규모가 200만명쯤으로 무시 못 한다. 이들은 현찰을 받아간다. 식당이 문을 닫으면 이런 공식 데이터에 안 잡히지만,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 ▲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 협의.ⓒ연합뉴스
    ▲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 협의.ⓒ연합뉴스
    학계도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사회적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듯하나 대책이 제대로 작동할 거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4대 보험 가입이 수혜계층의 소득이나 복지, 자녀 학자금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꺼리는 상황인데 지원금액을 2만원 올렸다고 실효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정치적 예산 낭비로밖에 안 보인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게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카드 수수료는 민간기업의 영역인데 공기업도 아닌 이들 기업의 매출에 멋대로 영향을 주는 것은 지나친 관치"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 정책의 실패 비용을 민간기업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영세 음식점의 부가가치세 감면 등이 한시적이어서 땜질식 처방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정부가 최저임금 대책으로 끼워 넣은 가맹점 '갑질' 대책도 재탕 수준에 그친다는 의견이다. 당정은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의 경우 점주한테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이 대책은 지난해 7월 공정 당국이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으로 이미 발표했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