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새 수익원으로 급부상, 사회안전망 역할기대고령화에 자산관리 수요 늘어…펫신탁부터 기부‧나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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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들이 이산가족, 반려동물, 한 부모, 장애인, 노년층 등 사회적, 제도적 변화에 맞춘 이색적인 신탁상품을 내놓고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믿고 맡긴다’는 뜻을 가진 신탁은 은행들이 고객의 돈이나 부동산을 대신 맡아 운용·관리해주면서 수익을 돌려주고, 수수료 몫으로 연 0.1∼1%를 챙기는 방식이다. 저금리 기조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은퇴 이후 자산관리 수요가 늘면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신탁상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탁업 규모는 지각변동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말 신탁 자산규모가 62조원에 달해 신한은행을 제치며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15조원이 급증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신한은행이 61조1000억원, 하나은행이 58조8000억원으로 2016년 말 대비 각각 16조9000억원, 9조400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2016년말 38조 3000억원에서 지난 5월 50조4000억원으로 12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非)이자 수익을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는 데다 고령화 시대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신탁시장은 급성장 중이다"며 "시중은행들도 신탁 관련 조직을 그룹으로 확대 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탁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맞춰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에게 상속자금을 남길 수 있는 ‘KB 북녘가족愛 신탁’을 출시했다.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두면 은행이 이 자금을 관리하고, 고객 본인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아울러 반려동물 주인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면 주인 사후시 은행이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KB펫코노미신탁’을 판매 중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기부·나눔신탁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유언기부신탁은 위탁자가 사망 시 신탁 잔액을 신탁계약서상에 명시해 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도 가입 금액의 50%는 기부하고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우리나눔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한 부모 가정의 자녀양육비를 지원하는 `양육비 지원신탁`을 선보였다. 목돈으로 신탁에 맡겨진 자금이 지속적으로 관리됨과 동시에 매월 해당 자녀가 일정금액을 직접 수령할 수 있다. 양육비 관련 법적 분쟁과 다툼의 소지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한 신탁 상품도 출시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장애인 특별부양신탁제도를 바탕으로 장애인이 증여 받은 재산을 신탁할 경우 해당 재산의 증여세를 면제 받는 ‘우리장애인사랑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4월부터 장애인특별부양신탁제도의 개정으로 ‘우리장애인사랑신탁’에 가입한 고객은 본인의 의료비나 특수교육비에 한해 중도 인출이 가능하며, 이 경우 증여세 면제 혜택이 유지된다.

    은행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신탁업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성년후견지원신탁이나 복지신탁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쏟아지며 해외처럼 신탁이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