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줄어 피해는 안 클 듯… 유커 회복 분위기에 찬물
  • ▲ 입항하는 크루즈 관광객.ⓒ연합뉴스
    ▲ 입항하는 크루즈 관광객.ⓒ연합뉴스
    3년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크루즈(유람선) 관광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크루즈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덕분에(?) 당장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중국 내 한국행 단체여행 해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쿠웨이트로 출장을 갔다가 지난 7일 귀국한 A(61·서울)씨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가 기승을 부린지 3년 만이다.

    크루즈 관광업계는 2차 감염 발생 여부 등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년 전 메르스 확산으로 관광객이 급감해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크루즈 관광객은 2010년 17만명, 2013년 80만명, 2014년 106만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 2015년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88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크루즈 관광 특성상 대체 기항지 물색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당장 피해는 구체화하지 않을 거로 내다봤다. 하지만 2015년 5월 중순쯤 첫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열흘 남짓 만인 6월 초 크루즈 입항이 처음 취소됐고 여파는 8월까지 이어졌다. 해수부는 그해 크루즈 관광객 120만명을 유치할 목표였으나 실적은 73.3%에 그쳤다.

    관련 전문가는 "당시 국내 기항 예정이던 크루즈들은 해상에 정박한 뒤 오락 프로그램 등으로 관광일정을 긴급 대체했다"면서 "이번에도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내년 2·3월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크루즈 관광상품부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내 크루즈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의존도가 높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감소한 탓이다. 크루즈 관광객 중 유커 비중은 2016년 기준 91%에 달했다.

    크루즈 관광객은 메르스 위기를 넘기고 2016년 195만명으로 다시 늘었다가 지난해 사드 갈등으로 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39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해수부는 올해 유치 실적은 지난해보다도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 상반기 크루즈 관광객은 50항차에 총 7만3000여명 수준이다.

    올해로 9년째 크루즈 관광상품을 운용하는 롯데관광개발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드 갈등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중국 대형 크루즈 입항이 잠정 중단 상태여서 과거처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업계는 이번 메르스 확진이 중국 내 한국행 단체여행 허용 분위기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上海)에 이어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가 한국 단체 관광객 모집을 재허용했다. 여행업계는 조만간 저장성도 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메르스 확진은 유커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의 크루즈 한국 항구 정박 금지 등이 풀린 게 아니어서 제약이 따르지만, 최근 중국 내 한국 단체관광 재허용의 의미는 적지 않다"며 "이번 (메르스 확진) 사태가 확산하거나 장기화하면 크루즈는 물론 관광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