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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의 투기지역 추가 지정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자 비교적 저렴한 물건을 찾는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남·북은 물론, 최근 공공택지로 선정된 경기 성남시 등 수도권으로도 열기가 번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기면서 매물에 갈증이 난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을 '오아시스'로 여기고 있다고 해석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 아파트 경매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9.22명을 기록했다. 8·2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12.6명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6월 5.11명과 7월 7.54명보다 많다. 진행 건수가 소폭 증가한 것에 비해 응찰자 증가세가 훨씬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 7월 65건보다 10건 많은 75건이었다.
지난달 지분 경매가 아닌 아파트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물건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9차'에서 나왔다. 전용 107㎡가 지난달 30일 첫 경매에서 감정가 14억원의 135%인 18억8400만원에 팔렸다. 19명이 응찰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3월 매매시장 거래가 15억4800만~16억8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뛰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8·2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 걸린 단지이다 보니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매우 드물다"며 "경매는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가되기 때문에 응찰자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진행된 서초구 '서초 2차 e편한세상'의 지분 경매 낙찰가율도 117%에 달했다. 전체 면적(전용 102㎡) 중 43.9㎡에 대한 경매임에도 감정가 4억1000만원보다 7018만원 비싼 4억8018만원에 낙찰됐다. 정상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물건임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응찰자가 몰렸다.
강북권도 붐볐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 힐스테이트' 전용 151㎡는 낙찰가율 129%인 15억111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또 지난달 27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단지' 전용 49㎡ 물건은 응찰자가 37명이 몰리면서 감정가 3억원보다 2000여만원 높은 3억2757만원에 낙찰됐다.
이밖에 관악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응찰자 수가 많았던 상위 5개 물건이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B공인 관계자는 "용산·여의도 재개발 마스터플랜 발표는 당분간 미뤄졌지만, 경전철 등 비강남권 교통인프라 확충 등 균형발전계획이 그대로 진행 중이라서 강북권 경매시장 열기도 강남 못지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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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낙찰가율도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05.5%로, 직전 최고치인 지난 5월 104.2%를 4개월 만에 경신했다. 전월인 7월에 비해서는 5.5% 높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개 8월은 부동산경매 비수기로 꼽히지만, 각종 지표가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매매시장에서 호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경매시장 열기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서울에서 달아오른 경매시장 열기가 최근 인근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이달 경매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100.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평균 낙찰가율 92.7%보다 8.0%p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7년 3월 110%를 기록한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서울이 평균 94%, 인천이 89.4%인 것을 고려해도 경기 지역의 과열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주 낙찰된 경기도의 아파트 49건 가운데 약 43%인 21건의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물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 8.9명에서 이달 10.2명으로 늘었고, 낙찰률(입찰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도 지난달 41.3%에서 이달 49%로 높아졌다.
용인시,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등에서 고가 낙찰이 속출했다.
지난 5일 입찰한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연원마을 성원아파트' 전용 84.9㎡는 감정가가 3억2000만원이었으나, 이보다 1억4000만원 비싼 4억6899만9000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이 147%에 달했다. 이 물건의 응찰자 수도 45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경매가 진행된 보정동 '솔뫼마을 현대홈타운' 전용 134㎡의 경우 19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 4억600만원의 133%인 5억3999만9000원에 낙찰됐다.
또 지난주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 전용 85㎡는 감정가 5억원의 133%인 6억6500만원에, 야탑동 '탑마을' 전용 131㎡는 감정가 7억4800만원의 127%인 9억5123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두 아파트의 응찰자 수는 각각 8명, 42명으로 경쟁률도 높았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전용 133㎡ 아파트도 12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의 119%인 9억555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부동산경매 전문가는 "아파트 경매의 낙찰가율이 높더라도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경매로 몰리고 있다"며 "다만 응찰자가 예상보다 넘치거나 수차례 유찰된 물건들은 철저하게 유권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요자들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비교해 경기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비교적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경매시장 열기가 경기 지역으로 번지면서 과열되고 있다"며 "당분간 고가낙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무리한 낙찰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