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에 할인 차액 배상책임 인정"음성적 할인분양 이어질 듯" 전망시공사도 공사비 미회수 등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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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미분양분에 대한 할인공급으로 입주자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 제1심 판결에서 기입주자에게도 일정한 값을 뺀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물론 앞으로 제2심(항소) 고등법원과 제3심(상고)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통계상 아랫단계 법원이 내린 판결을 아예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시행사(또는 건설사) 입장에선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 분양자 34명이 시행사 그라운드디홀딩스와 신탁사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시행사에 기분양자에게 68억976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할인분양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오자 시행·건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아직 1심 단계이긴 하지만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분양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서다.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이전까지 할인분양을 관망하던 수분양자들이 너도나도 소송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수분양자 소송이 현실화할 경우 시행사나 자체사업장을 운영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브랜드 이미지 저하와 추가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된다.통상 할인분양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견건설사들의 '고육지책'으로 통한다.하지만 분양경기가 악화되면서 대형건설사들도 할인분양에 따른 수분양자들과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2023년 입주한 315가구 규모 대구 동구 '호반써밋이스텔라'는 지난 1월부터 미분양물량 45가구에 대해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해당단지 시행·시공은 호반산업이 맡았다.이에 지난 8월엔 해당단지 입주민 60명이 서울 서초구 호반그룹 본사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인바 있다. 당시 이들은 호반산업에 보상 또는 할인조건 소급적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급심 판결이나 이대로라면 시행·시공을 동시에 맡은 건설사는 할인분양시 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행사와 시공계약을 맺고 준공책임만 진 대부분 시공사에까지 이번 파장이 미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대규모 미분양이전까진 시행사가 법인·특정집단과 할인계약을 맺어 음성적으로 미분양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할인분양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음성적 할인분양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경기가 전반적으로 경색된 상태라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 법인 등과 거래도 수요가 있어야 가능한데 지금 시장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며 "1심 판결은 분명 악재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번 1심 판결은 배상주체를 시행사로 명시했지만 단순도급을 체결한 시공사에도 일정부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시행사 할인분양에 제동이 걸리면 시공사의 공사대금 회수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미분양으로 인한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 증가는 고스란이 시공사 실적에 반영된다.대형건설사 브랜드아파트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광림이앤씨가 시행,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푸르지오'는 지난 8월부터 1억원 할인분양을 실시한 바 있다. 해당단지는 지난 2월 239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지만 접수는 단 1건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