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생아특례 소득상한 2.5억까지 완화 검토수도권 디딤돌은 축소…오락가락 행보 혼선만 가중정책 실효성도 의문…"서울 주택시장 관망세 지속"
  • ▲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뉴데일리DB
    ▲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뉴데일리DB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주택시장 실수요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정책대출 규제와 저출생 극복 지원방안이 충돌하면서 시장 안정은커녕 혼선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신생아특례대출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엔 2년내 출산·입양한 무주택가구는 현재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이하 요건을 만족해야 신생아특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연내 2억원, 내년부턴 2억5000만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것이 정부 계획이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실수요자 반발에 부딪히자 나흘만에 유예했다. 5일 뒤엔 다시 수도권만 대출한도를 줄이겠다고 했다.

    일단 유예기간을 뒀지만 수도권에 한해 대출 한도 축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런 와중에 디딤돌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오히려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빠르게 확대돼 가계대출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액은 10조1779억원으로 추계된다.

    디딤돌 7조7320억원(76%)·버팀목 2조4459억원(24%) 규모다. 지난 1월21일 도입된지 9개월만에 대출규제로 억눌린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주택 매수를 계획중인 실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A씨는 "규제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어느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출산 장려라는 취지는 이해하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선 정부정책이 실수요자 혼란만 키울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천구 K공인 관계자는 "신생아특례대출을 보고 매수를 고려하는 문의가 소폭 늘었다"며 "소득요건은 완화되겠지만 9억원이하 가격에 면적도 자녀를 키울만큼 넓은 아파트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기대를 품고 왔다가 현금을 동원할 길이 없어 귀가하는 신혼부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J공인 관계자는 "20~40대는 신축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기지역에선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을 노리느냐 디딤돌대출로 기존 주택을 매수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며 "원래 계획한 집을 매수한 사례는 드물다. 자금을 찾다 못해 하급지 구축아파트로 눈을 돌리거나 매수를 포기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전했다.

    출산률 제고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생아가 늘어도 자녀계획이 없던 가구가 신생아특례 대출효과로 자녀를 낳은 것인지, 원래 자녀계획이 있었던 가구가 출산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며 "국토부로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 일단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출산후 양육에 필요한 추가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새롭게 출산을 계획할 가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미칠 영향도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를 갖지 않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저소득 가구에 한정시키지 않고 대상자를 고소득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일리는 있다"면서도 "작년 보금자리론이 약 40조원 규모였지만 당시 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생아특례가 확대되도 대출규제에 꺾인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