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발언, 기업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말조심’ 추세‘인플루언서’ 정용진, SNS 적극 소통… 일상 공유하며 이미지 제고
-
재계 총수들의 입이 다시 무거워지고 있다. ‘입 열면 손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총수들이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1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그룹 총수들은 정부 및 기업 행사 등에서 말조심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현지에서 느낀 소회와 향후 대북 사업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북한으로 떠나기 전 굳게 닫혔던 그들의 입은 돌아와서도 열리지 않았다.이러한 재계의 ‘침묵’ 분위기는 그간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였던 다른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최태원 SK 회장은 ‘소통형 총수’로 꼽힌다. 그는 공식석상에 나설 때마다 본인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취재진과 많이 교류해왔다. 방북사절단 복귀 당시에도 최 회장은 “북한에서 보고 듣고 온 것을 기반으로 한반도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고 언급하며 주요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소통에 나섰다.그러나 최 회장은 최근 SK실트론 지분 매입과정에서 불거진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선 함구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만난 최 회장은 해당 건에 관한 입장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공정거래위원회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최 회장이 입장을 표명할 경우 관련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이 미쳐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언론 친화적인 행보를 걷던 최 회장의 입이 굳게 닫힌 것으로 판단된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도 굳게 닫혔다. 신 회장은 과거 ‘은둔의 황태자’로 불렸다. 그는 젊은 시절 장기간의 해외체류로 우리말이 어눌한 점 등으로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을 피해왔다.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스탠스가 변화된 시점은 지난 2015년부터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정·재계·언론과의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청와대와 접촉하던 과정에서 법정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기업을 대표해 소통경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에 ‘총수부재 8개월’이란 위기를 가져왔다.신 회장은 스킨십 과정에서 나타난 불미스러운 사태로 그는 다시 침묵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5일 집행유예로 출소했다. 석방 이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첫 출근할 때 만난 신 회장은 일언반구 없이 사무실로 향했다.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투자와 고용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가운데 총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며 “총수들이 본인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반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총수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현재 정 부회장의 SNS 팔로워는 17만5000여명으로 대부분 20~30대다. 그는 자사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공유한다. 신세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