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격 사유' 논란을 빚었던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돌연 사직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당일에 추궁을 피하고자 사퇴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강 위원장이 인사혁신처에 사직서를 냈다"라고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강 위원장은 3년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한채 물러나게 됐다.

    강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으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결격사유'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강 위원장이 KAIST(카이스트) 초빙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5년 원자력연구원 사업에 참여한 것을 두고 사퇴를 압박했다. 

    원자력안전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나 원자력 이용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는 경우를 위원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미 위원이 됐더라도 퇴직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안위 비상임위원 4명이 올해 7월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당시 강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관련 내용을 부인하며 "위원장 결격사유 등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질 것으로 결격사유 여부는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겠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마지막날에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 위원장은 국회에 허위서류를 제출하고 위증한 사례가 있어 이걸 회피하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면서 위증죄를 묻겠다고 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국감 당일에 차관급 인사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초유의 사태"라면서 "라돈같은 생활 방사성 문제가 국민을 위협하는데 국감 당일에 사직서 제출한 강정민 위원장의 무책임함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철희 의원은 "이것은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 간의 문제"라면서 "국정감사 와서 추궁당하기 싫어서 사퇴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SAIS) 객원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재개를 반대하는 쪽의 전문가로 참여해 원안위원장으로서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차기 원안위원장 임명 전까지 엄재식 사무처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