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등 중견사들 3분기 영업익 '뚝'자금조달 여건 악화 우려 등 재무부담 '가시화'
  • ▲ 건설업 채권 발행 잔액 및 비중 추이. ⓒ건설산업연구원
    ▲ 건설업 채권 발행 잔액 및 비중 추이. ⓒ건설산업연구원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경우 건설사의 자금조달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대형 건설사들은 금리 인상 전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거나 차입금 비중을 줄여 잔뜩 웅크린 상태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로서는 올 연말 이후 찾아올 일감 한파에 자금 위축까지 이중고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15일 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업의 외부자금 조달 여건과 대응 방향'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현재 전 산업 채권발행 잔액은 모두 611조원으로, 이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채권발행 잔액은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2010년 366조원에서 지난해 570조원으로 7년새 84.4%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건설업은 반대다.

    건설업 채권발행 잔액은 2010년 13조9000억원에서 이듬해 14조2070억원으로 늘었지만 장점을 찍고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7조5430억원까지 6년새 46.9% 줄며 반토막이 났다.

    예금취급기관에서 취급하는 건설업 대출금 비중도 2010년 1분기 8.61%였으나 올해 2분기에는 3.72%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외부자금 조달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 7.77%, 장기차입금 10.1% 등 총 17.9%로, 같은 시기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인 6.34%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지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예금취급기관이 건설기업에 대한 대출금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기업 규모별로는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이미 마쳤거나 연내 발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한화건설이 2년 만기 회사채 850억원어치를 발행한 것을 비롯해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수요예측 대비 발생실적에서 흥행을 기록해 대형사들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몇년간 이어진 분양시장 호황으로 주택 부문 이익이 지속되고 있고 남북경협, 부실 해외사업장 마무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이달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GS건설, 삼성물산 등도 연말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하지만 중견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 SOC예산 삭감에 따른 일감 감소와 재무안정성, 유동성 관리 등에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견 건설사의 경우 3분기 누적 영업성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하는 등 실적 침체기에 도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건설의 경우 누적 영업이익이 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조675억원으로 5.2% 줄어들었다. 두산건설은 올해 2~3분기 주요 프로젝트가 준공된 데 따라 일감도 같이 줄었다. 두산건설의 매출은 2분기 전년대비 10.4%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 다시 7.1% 감소했다.

    한라도 누적 영업이익이 53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9.6% 줄어들었고 매출(9516억원)도 20.5% 감소했다. 매출은 지난 1분기 전년대비 11.9%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 21.6% 감소, 3분기에 다시 25.6% 낮아졌다. 영업이익도 1분기 31.4%, 2분기 45.6%, 3분기 67.6% 각각 쪼그라들었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도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9.6%, 39.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향후 건설시장은 각종 규제정책과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토목시장의 경우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와 공공기관의 부채 관리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토목시장 성장성은 점차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성장 둔화와 정부 규제 등이 영업성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견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혜 연구위원은 "향후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수익성 감소는 건설기업의 여유자금 부족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중소형 기업에 대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