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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광주형 일자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상 주체인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을 놓고 여전히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광주형 일자리 첫 단계인 내년 상반기 완성차 착공을 위해서는 올해 예산심사 통과가 필수다. 국회 예산안 확정이 다음달 초면 끝나기에, 이때까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다면, 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단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지난 18일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광주시와 현대차가 이달 들어서만 6~7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번번히 협상에 실패하며,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협상 타진까지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내년 예산심의 법정 기한이 12월2일까지란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주어진 협상 시한은 대략 2주 정도다.
정부는 공장이 들어서는 산업단지 진입로와 임대주택 건설 등 관련 예산 3000여억원을 해당 부처별로 확보해 놓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을 마무리하면 예산안을 확정, 내년 상반기에는 광주공장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광주시와 현대차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사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광주시와 현대차는 '주 44시간, 연봉 3500만원'을 골자로 하는 협약서 초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가 노동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이 항목을 주 40시간으로 고치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주 44시간이 아니라 40시간으로 하자는 건 특근비를 따로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인건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초과 근무는 수당이 아닌 시간으로 보상하는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하기 때문에, 인건비 증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반박하고 있다.
지난 5월 광주시가 현대차에 제안했던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조항이 삭제된 점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행법은 3개월에 한 번 노사협의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는 5년간 협상 유예 조항이 들어갈 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이 조건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강성노조로 경쟁력 약화가 제기되고 있는 현대차에게 이 조항 삭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1000cc 미만 경차 위탁생산만으로 광주 공장의 지속성장이 어렵다 판단하고,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기존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문 조항이 초안과 다르게 노동계 의견이 많이 반영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기존 노조의 반발도 큰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차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고, 투자협약이 이뤄지면 총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문 조항이 초안과 다르게 작성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다시 말해 현대차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이 많이 포함됐단 얘기다"며 "현대차 입장에선 사업성이 떨어지는데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며, 강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안 확정까지 2주여 남은 시점에서 양측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낼 지, 그렇다면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시와 현대차가 7000억원을 투입해 빛그린산업단지 내 62만 8000㎡ 부지에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양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장 설립 시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용되는 근로자의 임금은 자동차업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만 지급하는 대신 각종 후생 복지 비용으로 소득 부족분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