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GDP성장률 둔화, 정치경제 불확실성 급증물가상승률 2% 넘겼지만 예정대로 양적완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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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권(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유로권의 실질 GDP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하는 등 경기순환 주기상 고점을 통과하는데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커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

    유로권 경제 부진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 종료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 나오지만 ECB는 양적완화 정책을 연말까지만 하고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유럽연합 통계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로권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7%, 전기대비 연환산 1.2%로 하락세다. 올해 전체로는 2%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질 GDP성장률 추이를 보면 2015년 유가급락을 배경으로 2%선을 회복한 뒤 2017년에는 3%에 육박하는 등 호조를 보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률둔화로 2%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 둔화가 두드러진다. 독일은 올해 3분기 실질 GDP성장률이 전기대비 연환산 -0.8%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마이너스 성장률은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이 급감하고 수입이 크게 늘어 대외교역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올해 3분기 실질 GDP성장률은 전기대비 연환산 0%로 전기의 0.8%에 비해 큰 폭 둔화했다. 전년동기대비로도 0.8%에 그쳐 2분기의 1.2%에서 하락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유로권 경제가 경기순환 주기상 고점을 통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정도로 경기가 둔화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유로권 경제는 부진하지만 고용시장은 회복세다.

    올해 9월 유로권의 실업률은 8.1%로 2012년 12%에 비해 개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7.5%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15세 이상의 취업률은 올 2분기 현재 52%를 넘고 있고, 15~64세 경제활동가능인구의 취업률은 67%를 넘고 있다.

    유로권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최근 선거에서 패배해 정치적 입지 약화로 은퇴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적자재정 확대로 유로권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둘러싼 영국의 정치적 분열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6년부터 급반등 중이다.

    지난 5월부터는 전년동월대비 2%를 넘겼다. 지난 10월 현재 유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ECB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두 올해 5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두드러졌으나 영국은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다.

    김광수 소장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오르고 있으나 최근 유가가 배럴당 55달러선까지 급락해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권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기는 등 경제가 부진하면서 ECB가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ECB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광수 소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ECB는 올 연말에 양적확대책을 종료하고 경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