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감사팀 직원들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감사 주도했다""HIS 지원은 조현준 회장의 신사업 추진 차원에서 이뤄진 것"
  •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9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9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이 법정에서 연이어 나왔다. 

    부당지원 혐의가 발견된 계열사 내부감사 자체를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이 주도했으며, 조 회장의 계열사 지원도 신사업 추진 차원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공판에서 나온 증언을 완전히 뒤짚는 논리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법 형사 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4인에 대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효성 감사팀 조모 상무는 "아무리 조 전 부사장이 압박했어도 감사 책임자인 제가 흔들리면 안됐었는데, 무너져서 이런 사단이 났다"며 "너무 후회가 되고 반성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지난 2011년 당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과 노틸러스효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책임자였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이 감사는 본인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주도적으로 한 감사"라고 말하면서 "누구한테도 감사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자신을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회사의 주요 경영정보인 전사적자원관리(ERP) 관련 회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이유로 HIS와 노틸러스효성에 대한 감사를 함께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의 '친위부대'로 꼽혔던 직원들을 감사팀이 아닌데도 감사에 참여시켰다는 것이 증인의 설명이다.

    조 상무는 '조석래 명예회장(당시 회장)으로부터 감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마구잡이식으로 비리 수사에 나선 적이 있냐'는 물음에도 "저희는 회사 내부 사업에 포커스를 맞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팀에 외부사람 참여도 시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효성 내부감사규정 15조는 감사책임자는 감사실시 전 감사실사에 대해 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16조는 감사책임자는 감사 실시에 앞서 감사대상에 사전 통보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감사가 진행될 당시 이 두가지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드림경영팀 직원들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과 같은 주장을 했다. 변호인 측이 '그들이 중공업 PG장(당시 조현문 전 부사장)의 눈과 귀가 되는 역할을 했냐'고 묻자, 조 상무는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심복 3인방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도 동의했다.

    검찰 측 신문에서도 조 상무는 "겉으로는 저희가 감사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제가 창피한 부분도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이 불러서 감사를 지시했다"며 "'본인이 책임지겠다', '너는 걱정하지 마라', '당신이 주체적으로 하는 감사다'라고 밀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이 감사 과정에서 부당급여 부분을 알고도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상운 부회장이 이미 아는 사안이고, 조현준 회장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감사팀 명의로 나가는 보고서에 쓰기 상당히 부담됐다"며 "외부로 유출될 경우 감사팀이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답했다.

    두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감사팀 직원 남모 부장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남모 씨는 "감사 날짜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감사를 시작한다고 얘기했다"며 "감사 자체가 시작부터 조 전 부사장이 지시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주도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반박하는 증언도 이어졌다. 마지막 증인으로 등장한 전 효성 직원 안모 씨는 "(HIS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결과로서 뭔가 만들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과정에서 조 회장이 항상 저에게 의견을 묻고 나눴다"고 진술했다.

    안모 씨는 IT관련 신규사업 업무를 주로 맡았던 팀장급 직원이었다. 그는 HIS가 추진했던 사업에 대해 "한국에서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에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며 "조 회장이 스토리지가 IT사업의 출발점이라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HIS는 스토리지를 판매 및 유지·보수를 하는 회사다.

    조현준 회장과 일할 당시 느낀점을 묻자 "월급쟁이가 기업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상당 부분 생각이 일치해서 몇년동안 같이 업무를 추진하고 조 회장 밑에서 일했다는 건 저한테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