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표적성 감사에서 비롯…"악의적인 고발" 재차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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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측이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혐의가 고발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표적성 감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혐의도 조 전 부사장이 본인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조 회장을 협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악의적인 고발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법 형사 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4인에 대한 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2011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과 이후 진행된 노틸러스에 대한 감사가 적절했는지를 쟁점으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으로는 당시 감사에 관여했던 효성중공업 퍼포먼스그룹(PG) 김모 드림경영팀장과 기전(기계·전기 사업 부문) 퍼포먼스유닛(PU) 김모 기획관리팀장이 참석했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이날 첫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팀장이 이끌었던 드림경영팀이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의 '친위부대'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이번 고발을 기획한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며 증인의 증언을 탄핵해야 한다는 취지로 신문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이 맡은 중공업 PG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자신의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자 조 회장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HIS에 대한 감사를 전격적으로 지시했다"며 "합리적 사람이라면 조현문이 왜 이런 감사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섬유 PG장 겸 무역 PG장,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중공업 PG장, 삼남인 조현상 총괄사장이 산업자재 PG장을 맡고 있었다. 각자가 맡은 PG를 잘 운영해 조 명예회장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맡고 있는 중공업 PG가 2010년경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더니 이듬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피고인 변호인 측이 제시한 사내 정보보고에 따르면 이 시기에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인사나 조직 관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안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비정기 감사를 지시했다는 논리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모두 조 전 부사장과의 관련성을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 측의 주장대로 감사가 정당했다고 밝혔다. 첫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팀장은 감사 과정에서 부당급여 부분을 알고도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당시 최고 책임자인 이상운 부회장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통상적으로는 대부분 징계가 내려지는데 이 건과 관련된 분들이 다 높이신 분들이라 아마 이 부회장이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번째 증인인 김모 팀장도 2011년 감사도 이 부회장이 동의해서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중공업 경영상황에 대해서도 "금융위기 영향으로 중공업 PG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조 전 부사장이 경영상 문제가 있어서 안 좋아졌다는 소문은 나중에 만들어 낸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회장은 HIS 급여를 받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부가 다시 한번 이에 대해 묻자 "제가 이상운 부회장 바로 옆에서 5년 이상 있었지만,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조 회장이 일체 관련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고발인인 조 전 부사장의 출석 여부에 대해 검찰 측에 물었지만, 검찰 측은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며 "당장 소재파악이 안된다"고 전했다.다음 공판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