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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장애 문제와 딜라이브간 인수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미디어 M&A의 '새판짜기' 움직임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KT 측은 딜라이브 인수 적정가격을 8000억원을 제시해 왔지만, 딜라이브측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하는 등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올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번 아현지사 화재로 관련 협상이 더욱 지지부진해 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전에 가세했으나, 최근 아현지사 화재로 당분간 관련 인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단 소문이 돌고 있다.
이동전화와 인터넷 등이 거의 복구됐지만 일부 동케이블 구역의 복구가 늦어지며, 딜라이브 인수 작업보다 화재복구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물론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하는 것이 맞으나, 100%의 화재 복구가 되지 않고선 어떤 사업 추진도 좋지 않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KT는 "케이블TV(MSO) M&A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딜라이브 인수 잠정중단의 입장을 따로 내놓지는 않고 있으나, 일각에선 화재 복구 후 M&A 새판짜기 움직임에 돌입할 수도 있단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KT와 딜라이브간 매각 가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얘기가 지속돼 왔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난 6월부터 관련 사안이 꾸준히 거론되 왔지만, 연말까지도 구체적인 세부실사 얘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어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통사들은 8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딜라이브는 1조원 가량을 부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딜라이브 가입자는 약 205만명. 이통사들은 딜라이브의 가입자당 가치를 '39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반해, 딜라이브는 자사의 가입자당 가치를 '48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채권단 투자 금액 규모가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했으며, 몇해전 보다 기업 가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1조원 밑으로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는 2016년 당시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신한은행,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가입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케이블 시장과 딜라이브의 시장 점유율(6.54%, 케이블 3위)을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 인수 가격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M&A를 추진했을 당시 인수가가 약 9000억원(가입자당 45만원)임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다.
KT의 딜라이브 인수 주체가 되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8000억원 수준도 부담이 큰 상태다. 회사 내부에선 화사채 발행 등으로 원금 및 이자 등에 따른 재정난이 올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틈타 SK텔레콤이 딜라이브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며 M&A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도 있어, 통신장애 사태 진압 후 KT의 M&A 새판짜기는 불가피할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그동안 SK텔레콤도 딜라이브 인수전에 유력 매각 후보군으로 점쳐져왔다. SK텔레콤과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MIRA-Macquarie Infrastructure and Real Assets)은 최근 ADT캡스를 인수한데 이어, 국내 최초 '휴대폰 리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맥쿼리 그룹이 딜라이브 지분을 약 30%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KT의 딜라이브에 대한 세부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 이번 통신장애 사태는 딜라이브 매각 움직임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딜라이브 측은 빠른 매각을 원하고 있고, 이 기회를 틈타 SK텔레콤의 인수 움직임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KT의 케이블 M&A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